링컨이 서명한 손글씨 문서, 154년 만에 공개돼
링컨 박물관, '남북전쟁 포로수용소 출입허가증' 기증받아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861~1865년 재임)이 직접 쓰고 서명한 포로수용소 출입허가증이 150여 년 만에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소재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도서관 겸 박물관'은 4일(현지시간), 인디애나 주의 행크 다울러·애나 다울러 부부로부터 남북전쟁기에 링컨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문건을 기증받았다며 사진과 함께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명함 크기의 흰 종이에 검정 펜으로 흘려 쓴 이 문건은 154년 전인 1864년 6월 13일과 1864년 11월 12일에 각각 작성·서명된 포트 델라웨어(Fort Delaware) 수감자 방문 허가증이다.
링컨 도서관 측은 남북전쟁 당시 북부 연방군의 요새 포트 델라웨어에 약 3만3천 명의 남부 연합군 병사들이 전쟁 포로로 수감돼 있었으며, 이 허가증이 있는 사람만 시설 내 가족 또는 친인척을 면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첫 문건에는 "D.R.버뱅크 여사가 델라웨어 포트에 전쟁 포로로 수용돼있는 남동생 J.N.타일러 대위를 방문하는 것을 승인한다"라고 쓰여 있고, 이어 날짜와 'A.링컨'이라고 쓴 서명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허가증은 당시 켄터키 주 헨더슨빌에 살던 메리 버뱅크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의 남동생 제임스 N. 타일러가 1864년 3월 27일 포트 델라웨어에 입소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두 번째 문건에는 "이 출입증을 소지한 세틀 여사가 딸과 함께 포트 델라웨어의 아들을 방문하는 것을 허락한다"고 쓰여있다. 이 문건에는 이름이 자세히 적혀있지 않아 방문자와 면회 대상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증자 다울러 부부는 "남북전쟁 종료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세대에 걸쳐 가족들이 보관해온 것"이라며 "선조 중 한 명이 포트 델라웨어에서 복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인 보관함에 계속 넣어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건 같고,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서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링컨 도서관 측은 "다울러 부부의 관대한 결정 덕분에 링컨의 유산을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허가증은 세대를 넘어 보호될 것이며, '페이퍼스 오브 에이브러햄 링컨'(The Papers of Abraham Lincoln) 프로젝트에 추가돼 전 세계 누구라도 검증할 수 있게 된다"고 안내했다.
'페이퍼스 오브 에이브러햄 링컨'은 링컨이 작성한 문건 복원과 이미지 확인작업 등을 통해 링컨의 생애를 연구하는 도서관 산하 조직이다.
켄터키 주에서 태어나 인디애나 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링컨은 19세 때 가족과 함께 일리노이 주로 이주, 본격적인 삶을 개척한다. 그는 일리노이 주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일리노이 주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링컨 대통령 도서관은 2005년 일리노이 주도 스프링필드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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