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저격수' 4선 야당 의원, '술탄 등극' 저지 도전
터키 제1야당, 대선 후보 확정…1차 투표, 4자 대결구도 윤곽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다음달 터키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술탄 등극'을 저지하는 싸움에 나설 제1야당의 도전자가 확정됐다.
세속주의 야당 '공화인민당'(CHP)은 4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당원대회를 열어 4선의 무하렘 인제(54) 의원을 대통령선거 후보로 지명했다.
북서부 얄로바 지역구의 인제 의원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다음달 24일, 국민의 바람에 따라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8천만 터키인 모두의 대통령, 불편부당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CHP 대표가 온화한 학자풍의 정치인이라면, 인제 의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는 투사형에 가깝다.
고등학교 물리교사 출신이라는 이력에 어울리지 않게 '에르도안 저격수'로 손꼽히며 4선을 달성했다.
이날도 인제 의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날마나 고함을 지르며 발광하는 소위 세계 지도자"라고 조롱하는 호기를 보였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거대하고 호사스러운 대통령궁을 팔아치우겠다고 앞서 발언한 인제 의원은 이날은 대통령궁이 젊은이를 위한 '배움의 전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 대선 대진표는 제1당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안 대통령, CHP의 인제 의원, '좋은당'(IYI Parti) 대표 메랄 악셰네르, '인민민주당'(HDP)의 셀라핫틴 데미르타시 전 대표의 4자 대결구도로 윤곽이 잡혔다.
이번 조기 선거는 지난해 대통령제 개헌 후 첫 대선으로, 총선도 같은날 치러진다.
선거 후 터키 정치권력구조가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뀐다.
앞서 지난달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해진 일정보다 1년 5개월 앞당겨 올해 6월 24일에 조기 대선·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과거 선거 전적과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CHP는 에르도안을 상대로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AKP가 지난달 공개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은 56% 수준이다.
다른 조사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 악셰네르, 인제, 데미르타시의 지지율이 각각 40%, 30%, 20%, 10% 순서로 나타났다.
선거연대에 잠정 합의한 CHP와 좋은당은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지원해서 에르도안을 꺾는 전략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야당에 불리한 선거운동과 투·개표 규정 탓에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터키 전문가 소네르 차압타이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선과 총선을 싹쓸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차압타이 연구원은 "6월 24일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가, 정부, 경찰, 군대, 여당 모두의 수장이 되는 새로운 시대로 공식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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