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위장전입' 논란 불거진 말레이 총선…부정선거 우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시민사회단체들이 내달 9일로 예정된 차기 총선 유권자 명부에서 위장전입 등 부정선거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시민사회 연합체 '베르시'(BERSIH)와 비정부기구 '인게이지'(Engage) 등은 제14대 총선 유권자 명부를 분석한 결과 심각한 문제점이 다수 확인됐다고 전날 밝혔다.
일견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이 동일한 주소를 이용해 무더기로 유권자 등록을 한 사례가 50만건이나 나왔다는 것이다.
유권자 명부에 아예 주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도 200만건이 넘었고, 이미 사망했거나 국적을 상실한 사람이 포함된 사례도 70여건에 달했다고 이 단체들은 덧붙였다.
베르시를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지 시민활동가 츠안 츠 츠옹은 "경합이 심한 지역에 유권자들을 대규모로 전입시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베르시가 시민사회단체를 표방하지만 실상 '야권의 하부조직'에 불과하다면서, 선거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해 지지층을 결집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왜곡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222개 하원 의석과 587개 주의회 의석을 놓고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말레이시아 사상 유례 없는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BN은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61년간 장기집권을 해왔으나, 나집 라작 총리와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의 여파로 입지가 흔들렸다.
야권은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를 총리 후보로 추대해 BN의 지지기반이자 다수 인종인 말레이계의 표를 분산시키면서 정권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지 정치권에선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성격이 강한 선거구 개정 등의 영향 때문에 BN이 이번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가 많다.
말레이시아 여론조사 기관인 므르데카 센터는 BN이 승리해 나집 총리가 정권을 재창출할 터이지만, 득표율에서는 40.3%를 득표하는데 그쳐 신야권연합 희망연대(43.7%)에 밀리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달 초까지 유권자 등록을 마친 말레이시아인은 전체 인구(3천200만명)의 46%에 해당하는 1천49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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