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탁구단일팀, 27년 전 `지바의 감동' 재현하길
(서울=연합뉴스) 지난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우리 민족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장면이 펼쳐졌다.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남북 단일팀이 예상을 깨고 중국을 3 대 2로 꺾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중국 여자탁구팀은 `탁구마녀' 덩야핑을 앞세운 세계 최강팀이었다. 남북 단일팀은 남한의 현정화, 북한의 리분희 등이 이끌었다. 우승컵을 안은 현정화는 "작은 통일을 한 것 같다"는 말로 감동을 전했다. 분단 이후 처음 구성된 남북 단일팀은 정치와 이념을 떠나 스포츠로 하나가 된 남북이 세계를 제패한 한 편의 영화였다.
남북 여자탁구가 3일 오후(한국시각)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8강 대결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했다. 여자탁구가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는 지바 세계 탁구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이다. 남북은 이날 8강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단일팀 구성으로 4강에 동반 진출했다. 단일팀 구성은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의 주선 아래 한국 대표팀 선수단장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 주정철 북한 탁구협회 서기장이 참석한 3자 회동에서 갑작스레 이뤄졌다고 한다. 단일팀 구성으로 `지바의 감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남북 단일팀은 그동안 3차례만 이뤄졌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단일팀이 분단 이후 첫 사례였고, 그해 6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도 단일팀이 참가해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후 단일팀은 남북 간에 논의는 이어졌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올림픽 등 주요 대회에서 개ㆍ폐회식 때 남북한 공동입장만 이뤄졌다. 그러다가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가 사상 세 번째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
남북의 여자탁구가 이번에 사상 네 번째 단일팀을 구성한 데는 27년 전 지바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당국 간 사전협의 없이 대회장에서 선수단 간 합의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종전 단일팀과 다르다.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남북의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단 공동 유니폼조차 입지 못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회 현장에서 선수단 간 합의로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훈풍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를 반영한다. 이를 계기로 스포츠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 남북 간 교류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여자탁구 단일팀 구성이 오는 8월 개막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남북 간 단일팀 논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기대해 본다. 현재 탁구 외에도 농구, 카누, 조정 등의 종목에서 단일팀 구성이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교류가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도 확대되길 바란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 분야는 당장 어렵다 하더라도 5ㆍ24 조치 이후 끊기거나 유명무실해진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 등 문화교류도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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