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부인 "죽음으로 정부 탄압 맞서겠다"
9년째 가택연금에 심신 피폐·우울증 시달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7월 간암으로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가 죽음으로 중국 정부의 탄압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인권단체 '차이나 체인지'(China Change)는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가 류샤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쓴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 따르면 류샤는 지난달 30일 랴오이우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지금 두려워할 것은 없다. 떠날 수 없다면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 류샤오보는 이미 떠났고, 이 세상에 남아있는 것은 없다. 죽는 것이 살기보다 쉽다. 죽음으로 저항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랴오이우는 지난달 8일부터 류샤와 통화한 내용도 녹음해 공개했는데, 이 녹음에서 류샤는 흐느끼면서 "중국을 떠날 채비가됐고, 짐도 이미 꾸렸다"고 말했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08헌장'을 발표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 등 광범위한 민주개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009년 12월 국가전복선동죄를 적용받아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이 같은 민주화 활동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기에 이른다. 류샤오보는 노벨상을 수상할 수 없었고, 노벨위원회 측은 텅 빈 의자에 메달을 걸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류샤는 류샤오보의 사망 후 외국으로 이주하길 원했으나, 지난해 7월 15일 남편의 장례식 직후 중국 당국에 의해 윈난(雲南)성 다리(大理) 시로 강제 여행을 가면서 외부와 40여 일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베이징의 자택으로 돌아왔으나, 정부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해 외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극심한 슬픔에 빠져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몸이 안 좋아 수술까지 받았다.
류샤오보가 수감된 2010년부터 가택연금을 당한 것을 참작하면 류샤는 햇수로 따져 9년째 가택연금 상태다.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 대사와 미국 정부는 지난주에도 류샤의 출국을 촉구했으나, 중국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랴오이우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곧 중국을 방문하는 만큼, 많은 사람이 류샤의 목소리를 듣길 원했다"며 "중국 정부는 류샤에게 떠날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진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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