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피선 실패 시위 지도자, 총파업 독려…철도 운행 차질·공항 연결도로 차단
의회 8일 총리 선출 재시도…부패·경제난에 불만 청년층, 시위 앞장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남(南)캅카스 국가 아르메니아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총리 퇴진을 이끈 야권 지도자가 새 총리로 선출되지 못하자 성난 군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일(현지시간) 수도 예레반 중심 공화국광장과 주요 거리에 수만명이 모여 야당 의원 니콜 파시냔(42) 의원 총리 선출안이 전날 밤 의회에서 부결된 데 반발했다.
파시냔 의원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공항 연결도로 등 주요 도로를 가로막고 의회 제1당 공화당을 비난했다.
평일임에도 은퇴자부터 어린 학생까지 남녀노소가 시위대에 합류했다.
시위대는 국기를 흔들며 "자유로운 독립국 아르메니아"를 연호했다.
도시 철도는 운행에 차질을 빚었고, 일부 도로는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일각에서는 현금대량인출사태, 즉 뱅크런 우려가 제기됐다.

전날 아르메니아 의회는 유일한 총리 후보 파시냔 의원에 대해 찬성 45표, 반대 55표로 부결시켰다.
반정부 시위로 이달 23일 물러난 세르지 사르키샨(63) 전 총리가 이끄는 공화당은 마라톤 회의 끝에 파시냔 후보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의회 표결 전 자신이 총리로 선출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쓰나미'가 덮칠 것이라고 경고한 파시냔은 부결 결과에 시민 불복종을 선언하며, 지지자들에게 시설과 거리를 점거하고 총파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 지하철과 철도가 마비됐고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단됐다"면서 대학과 학교도 휴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위대는 시민 혁명으로 물러난 총리가 시민의 후보를 거부한 것은 정당성이 없다며 공화당 정부를 몰아내고 파시냔이 총리에 취임할 때까지 거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예레반 시민 세르게이 콘술랸(45)은 AFP통신에 "시민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시위가 잦아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메니아의회는 8일 다시 회의를 열어 새 총리 선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또다시 총리 선출에 실패하면 헌법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선거를 치르게 된다.

인구 290만의 아르메니아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공화당과 '보스' 사르키샨의 '권력 연장'에 반발하는 시위로 정국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사르키샨 전 총리는 대통령직을 연임한 후 이달 초 퇴임했지만 8일만에 내각제 첫 총리로 선출되며 1인자 자리에 복귀했다.
파시냔 의원은 지지자들과 함께 13일부터 사르키샨 총리 선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달 17일 사르키샨이 의회에서 새 총리로 선출되자 예레반의 공화국광장에만 4만명에 이르는 시위 참가자가 운집했다.
사르키샨 총리 선출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시위는 고질적인 부패와 경제난 등 실정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했으며, 시위 지역도 규므리, 아라라트, 바나조르 등 전국으로 확산했다.
특히 국부를 장악한 소수 재벌, 즉 '올리가르히'와 이에 결탁한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며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가 이번 반정부 시위에 앞장섰다.
사르키샨 전 총리는 결국 23일 "내가 틀렸고 파시냔이 옳았다"고 말하며 사임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