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시드니서 "태평양 힘의 균형 중요"…중국에 견제구
턴불 총리와 정상회담…중국 겨냥 "규칙 기반한 발전 중요"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해 "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중국이 태평양 도서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늘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호주를 방문한 마크롱은 2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맬컴 턴불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는 특히 규칙에 기반한 발전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 지역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마크롱은 회견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태평양 지역의 균형 유지는 "(특정 국가가) 헤게모니를 갖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의 이런 언급은 턴불 총리가 "중국의 부상은 글로벌 또는 태평양 지역의 경제성장이라는 관점에서는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원론적 언급을 한 뒤에 나온 것이다.
중국이 태평양에서 헤게모니를 확대하려는 것을 프랑스가 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과 함께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호위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태평양 도서 지역 국가들에 2006년부터 10년간 17억8천만 달러(2조원 상당)의 원조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는 이를 중국이 자국의 전략적 영향력을 남태평양까지 확장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남태평양 바누아투에 군 병력을 주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남태평양에서의 중국의 부상은 호주·뉴질랜드뿐 아니라 프랑스에도 위협적인 일이다.
프랑스는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양·태평양 지역에 5개의 해외령을 두고 있으며 총 8천명의 군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인도양에는 레위니옹과 마요트, 태평양에는 호주 바로 동쪽 옆에 있는 누벨칼레도니(뉴칼레도니아) 등 프렌치 폴리네시아 도서 지역이 프랑스령이다.
누벨칼레도니는 오는 11월 프랑스로부터의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까지 예정돼 있어 투표결과에 따라 프랑스령에서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프랑스로서는 호주와 군사적·경제적 협력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호주는 프랑스와의 국방협력에 따라 프랑스산 전투용 잠수함 12대를 자국에서 건조하게 된다. 마크롱은 이날 턴불 총리와 함께 시드니의 호주 해군기지도 방문해 동맹관계를 과시했다.
한편, 마크롱은 기자회견에서 턴불 총리의 부인에게 감사를 표하며 '맛있는 부인'(delicious wife)이라고 말실수를 해 회견장의 기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마크롱은 영어로 "턴불 총리의 환대에 감사드리며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데 대해 당신의 맛있는 부인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프랑스어에서 영어의 'delicious'에 해당하는 'delicieux'가 '맛있다'는 뜻뿐 아니라 '매력적인'이라는 뜻을 함께 갖고 있어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