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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아들 둘·남편 두고 영면한 강 소방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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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아들 둘·남편 두고 영면한 강 소방위(종합)
"왜 말없이 먼저 간 거야" 울음바다 된 익산 여성 소방대원 빈소
김부겸 장관 방명록에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보기 드문 여성 소방대원이었어요. 누구보다 자부심이 강했는데…."
출동 현장에서 술 취한 행인에게 폭행을 당한 지 한 달 만에 숨진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강연희 소방위의 동료들은 그를 '현장 전문가'로 기억했다.
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대송장례식장에 마련된 강 소방위의 빈소에는 무거운 침묵과 울음이 교차했다. 동료들은 그의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전북소방본부, 익산소방서 직원 50여 명은 어두운 얼굴로 조문객을 맞으며 강 소방위 마지막 길을 지켰다.
같은 소방관인 남편과 초등학생·고등학생인 두 아들은 강 소방위의 죽임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허망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던 빈소는 오후 들어 몰려든 조문객들로 북적였다.
강 소방위의 생전 이야기를 나누다 오열하는 모습들이 빈소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한 여성 동료는 작은 목소리로 "연희야…"를 되뇌며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고 다른 동료는 슬픔을 찾지 못하고 급히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조문객들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 소방위는 영정사진 속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단에는 강 소방위가 생전에 입었던 근무복 두 벌이 놓여 있었다.
조문객들은 강 소방위를 '직장을 사랑하던 구급대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동료는 "첫 소방서 근무 때 강 소방위와 함께 근무했는데 유머 넘치고 싹싹한 선배였다"며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지만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구급대원으로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분이다"며 "전문심장소생술 과정과 기본 인명소생술 과정을 마칠 정도로 일에 열의가 넘치던 분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도 강 소방위를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충실했던 아내'라고 추켜세웠다.
최태성(52)씨는 "남편 뒷바라지 마다치 않는 아내, 자녀들에게 인자한 엄마였다"며 "이렇게 혼자 보낼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아내를 때린 남성을 원망하겠나. 아내도 그분을 모질게 처벌하기 바라지는 않을 거다"며 "다만 내가 조금만 더 잘해줄 걸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낸 게 가슴이 아프다"고 흐느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동안 강 소방위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고인의 넋을 달랬다.
방명록에 '그동안 너무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젠 편히 쉬세요'라고 적기도 했다.
김 장관은 "무엇보다 국민이 소방관들의 어려운 근무조건을 잘 이해해주고 보호해줬으면 좋겠다"며 "소방관들이 이런 식으로 희생되는 것은 안타깝다. 고인의 죽음이 명예로울 수 있도록 순직 인정, 훈장 추서 등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강 소방위는 지난달 2일 오후 1시 2분께 익산시 평화동 익산역 앞 도로 중앙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남성 직원과 함께 출동했다.
술에 취한 윤모(48)씨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남성 대원을 폭행했고, 한 종합병원 앞에서는 강 소방위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강 소방위는 이로부터 사흘 뒤 구토와 어지럼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24일에는 뇌출혈과 폐부종 진단을 받아 수술했으나 증세가 악화해 결국 숨졌다.
익산소방서는 오는 3일 강 소방위에 대한 영결식을 거행하고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할 예정이다.
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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