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조례서 사라지는 '성적지향 존중'…인권단체 반발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일선 지자체의 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삭제되는 사례가 잇따라 인권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부산연대 관계자는 2일 "최근 부산의 지자체에서 기존의 인권조례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연대의 주장대로 올해 들어 부산의 지자체 중에서 해운대구와 수영구가 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해운대구의회는 지난 2월 제232회 임시회에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인권 증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를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기존 "제5조(구민의 권리) 구민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병력, 혼인 여부, 정치적 의견 및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이 삭제됐다.
그 대신에 "제5조(구민의 협력) "구민은 스스로가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실현하는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여 인권의식의 향상에 노력하고 구가 수행하는 인권시책에 협력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수영구의회도 지난달 열린 제206회 임시회를 통해 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해운대구의회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개정했다.
당시 임시회 본회의 때 일부 방청객들이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구의원 5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해 개정안은 가결됐다.
남구에서는 지난달 남구 기독교총연합회가 구청에 인권조례 폐지 청구서를 냈다.
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조례 폐지 청구 이유서에는 "남구 인권 증진 조례는 테러 집단이나 사이비 종교집단들까지도 인권으로 옹호할 수 있는 조례이기에 폐지를 요청한다"고 돼 있다.
이들은 "오늘날 최고의 가치라 여기는 인권이 본래의 천부적 인권이 아닌 사이비 인권으로 변질돼 다수의 피해와 진정한 소수에게 피해를 주는 형국이 됐다"며 "급기야 동성애도 성적(性的) 지향, 성 소수자 인권으로 포장하여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혼란과 무질서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조례 폐지 청구서가 접수되면 관할 구청은 관련 절차에 따라 조례 폐지에 찬성하는 청구인 연명부를 제출받은 뒤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구의회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남구 관계자는 "남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9세 이상 선거권자 중 6천626명이 찬성해야 관련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연대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표를 의식한 이런 식의 행태 탓에 성 소수자의 권리가 침해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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