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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남북' 가속페달 문 대통령…'중재외교' 2R 속도전
트럼프·아베에 남북정상회담 결과 공유…트럼프, 김정은 담판 5월로 상정
'한중일→한미→북미' 정상회담…문 대통령, 북미타결 가능성 높이기 주력
비핵화 이행방법 북미 간극 좁히는 게 최대 과제…문 대통령 중재역 주목
김정은, 핵실험장 폐쇄 공개 방침…비핵화 '진정성' 강조한 청신호 해석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 천명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2라운드를 맞았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운전자'를 자처한 문 대통령이 지체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관련국을 상대로 사전 정지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하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 로드맵 실현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시기를 5월로 상정하면서 남북정상회담으로 촉발된 비핵화 논의가 속도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기점으로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남북 접촉을 통해 북미 담판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비핵화 이슈가 종국적으로는 북미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측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테이블에서 무릎을 맞대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그 1라운드 중재역할의 정수가 4·27 판문점 선언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식 답변을 얻어내면서 북미대화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지금부터는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작지 않은 간극을 좁히는 게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로 볼 수 있다.
그 첫 단계가 다음 달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이다. 이 모두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열리는 것으로, 문 대통령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관련국 정상을 만나 북미 간 비핵화 합의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당장 비핵화 협상의 키를 쥔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남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기에는 판문점 선언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큰 틀의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 위원장과 사전 교감을 하는 등 북미 간 물밑 조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이미 공언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한미 전문가를 포함해 전 세계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점은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며,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한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29일 공개했다.
북한은 5월 말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장면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장 폐쇄 발표가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북미 담판에 앞서 직접 보여줌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담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 확인과 핵실험장 폐쇄의 투명성을 약속함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문제는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디테일의 악마'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기존 메시지를 계속해서 발신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ABC방송의 '디스위크'에 출연, "김 위원장은 우리가 비핵화를 달성하도록 지도를 펼쳐줄 준비가 됐다"면서도 현재의 목표는 CVID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같은 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전화통화를 갖고 CVID를 달성하는 외교적 해법에 진지하게 전념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판문점 선언이 비록 완전한 비핵화를 넘어 연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추진 목표를 상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북미 간 충돌 지점은 여전하다.
북한은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세분화한 조치와 보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고수하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불리는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비핵화 이전 보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바로 이 지점이 문 대통령의 중재역할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미의 비핵화 이행 해법을 절충한 포괄적이면서도 단계적인 '제3의 해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와 그에 뒤따르는 큰 틀의 로드맵을 정상 차원에서 합의한 뒤 구체적 이행을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톱다운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해법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수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북미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준하는 비핵화 합의가 이뤄짐과 동시에 그와 동반한 이행과정의 로드맵이 합의된다면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로의 전환 문제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미가 디테일의 악마라는 허들을 넘도록 조력해야 할 문 대통령의 본격적인 중재역할은 지금부터라는 시각은 그래서 나온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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