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농구선수 김정은 "정상회담, 내게도 큰 의미"
"남북 단일팀 성사된다면 마냥 신기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북한이 핵실험 할 때마다 악플이 달렸는데…남북정상회담이 잘 끝나 기분이 좋아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김정은(31)의 목소리는 밝았다.
선수단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우승 포상휴가를 즐기고 있는 김정은은 28일 전화통화에서 "올해 종전 선언을 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남북의 화해는 내게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농구선수 김정은은 2005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부천 신세계(현 KEB 하나은행)에 입단한 뒤 승승장구했다.
데뷔 첫해 신인상을 차지했고, 이후 WKBL을 대표하는 포워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9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떠오른 뒤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북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의 기사엔 악플이 도배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패러디 사진이 올라왔다.
털털하기로 유명한 김정은도 꽤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처음엔 그저 웃겼는데, 점점 심해지더라"라며 "특히 남북 긴장상태가 커졌던 지난해에 악플이 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이 잘 끝나 기분이 매우 좋다"라며 "남북의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남북 화해 분위기는 댓글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선수 생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향후 국제대회에서 적극적으로 남북 단일팀을 꾸리기로 의견을 나눴다.
여자농구 역시 남북 단일팀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이 꾸려진다면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김정은도 한반도기를 달고 북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만약 단일팀이 성사된다면 마냥 신기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 이름 때문에 호칭 문제가 있을 것도 같아 걱정된다"라며 웃었다.
북한에선 '정은'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고 함부로 부르지도 못한다.
김정은은 "지난 2015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여자선수권대회에서 북한 선수단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내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하신 게 기억난다"라며 "(단일팀이 성사되면) 이름 문제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한편, 김정은은 휴가지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동료들과 공연관람, 쇼핑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라며 "남은 휴가를 잘 보내고 돌아가 다시 열심히 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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