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오전 100분 회담 통해 사실상 합의문 타결
남북, 특사 주고받으며 비핵화 등에 대해 물밑 논의

(고양=연합뉴스) 이정진 백나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채택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합의들이 담겼다.
그런데도 남북 정상이 이날 판문점에서 만나 실질적인 논의를 한 시간은 사실상 오전 회담에서 소화한 100분에 불과했다.
총 13개 항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담은 합의문이 이토록 짧은 시간에 도출될 수 있었던 것은 남북 간 사전에 충분한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1월 1일 신년사 이후 남북은 특사를 주고받으며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주고받은 결과,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서로의 '진의'만 확인하면 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월 초 특사로 파견돼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남북 간 '평화의 봄'은 움트기 시작했다.
김 부부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함께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남북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월 말 평창올림픽 폐막식을 계기로 방남하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하자, 김 부위원장은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에게 '비핵화 문제가 풀려야 남북관계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비핵화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장관 등이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나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이 '가능성'을 넘어 '현실'의 영역으로 올라온 것은 정의용 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지난달 초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서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고 특사단은 전했다. 이때 남북정상회담도 '4월 말 판문점 개최'로 확정됐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의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조명균 장관은 지난달 말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3가지로 압축했다.
남북은 이후 국정원과 통일전선부 사이에 개설된 채널을 통해 비핵화 등 의제에 대한 협의를 이어갔고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당 부분 공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상됐던 후속 고위급회담도 필요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러면서 남북 정상이 이날 만나 이견을 조율할 부분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오전 정상회담에 우리측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북측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등 최소 인원만 배석한 데서도 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담을 마무리하면서 "오늘 아주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남북의 국민에게, 전 세계 사람에게 아주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합의문이 사실상 타결됐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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