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형제 폐지 신중히…합리적 대체복무는 검토"
"국가보안법 최대한 신중 적용…불기소·기소유예도 적극 검토"
법무부, 2018∼2022년 적용 제3차 인권정책 기본계획 초안 마련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사형제 공식 폐지 논의에는 신중히 대처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상·종교의 자유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영 및 집총 거부자를 위한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2018∼2022년 적용) 초안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인권 중 핵심인 생명권과 관련해 지속해서 논쟁의 대상이 된 사형제 폐지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기본계획 초안은 "사형제도 폐지 여부는 국가 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로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과 법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서술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사형 집행을 20년 이상 하지 않고 있지만, 국민적 공분을 사는 잇따른 강력 사건 발생 때마다 사형 집행 요구가 분출하는 등 국민 여론이 폐지 쪽으로 합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간주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난 2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36)을 포함해 62명이 사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 중이다. 이영학을 제외한 61명은 이미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는 '합리적 대체복무 방안' 도입을 검토해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국회 차원의 대체복무제 논의 과정을 우선 지켜보되, 향후 국회의 도입 결정에 대비해 주무 부처인 국방부를 중심으로 독일, 타이완,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합리적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기본계획 초안에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00∼800명이 병역 거부로 처벌된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국가보안법 문제의 경우 정부는 국회 차원의 법 폐지 논의가 소강상태인 점 등을 고려해 폐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신중한 적용으로 남용을 막겠다는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기본계획 초안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최대한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수사·기소하겠다"며 "사안의 경중, 죄질,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입건·기소유예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교도소 등 교정시설의 과밀화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경기북부, 대전, 광주, 화성 교도소 신축을 추진하고 의정부 교도소 등 기존 7개 기관의 수용동을 증·개축해 수용 능력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기본계획에 담았다.
2016년 3월을 기준으로 국내 교정시설은 정원 대비 수용 인원 비율이 116.2%에 달한다.
이 밖에도 안전권, 차별금지, 표현의 자유, 노동권,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의 방안을 담은 3차 인권정책 기본계획은 향후 시민사회 의견 수렴, 국가 인권정책 협의,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돼 공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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