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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보고 평온함 느낀 관객이라면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가족을 떠나 외국에서 생활하던 장(피오 마르마이 분)은 여동생 줄리엣(아나 지라르도)에게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인 프랑스 부르고뉴로 향한다.
줄리엣은 아버지 와이너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막내 남동생 제레미(프랑수아 시빌)는 결혼해 아들도 낳았다. 제레미는 형을 보자마자 10년간 연락도 없었다며, 어머니 장례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화부터 낸다.
장은 고향 시골 마을이 지겹고, 맏이로서 책임만 강요할 뿐 자신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가 미웠다. 여러 나라를 떠돌다 호주에서 가족을 꾸리고 포도밭을 사 와인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 알리시아(마리아 발베르드)와 갈등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몇 달만 지낼 생각으로 돌아간 고향에서 꼬박 1년을 머문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오랜만에 만난 세 남매가 화해하고 성장해가는 1년을 그린 영화다.
남매 이야기는 와인 제조 과정과 나란히 펼쳐진다. 장이 고향 집에 돌아갔을 때는 마침 포도가 무르익은 시기였다. 열흘에 걸쳐 포도를 수확하고, 포도 알갱이를 맨발로 짓이겨 즙을 짜내고, 발효와 숙성 과정을 점검하고, 마침내 색과 향과 맛을 확인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다.
가족에 대한 장의 오랜 오해는 의외로 쉽게 해소된다. 처음엔 반갑지만 서먹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매는 어울려 일하고 파티를 벌이면서 어린 시절만큼이나 돈독한 관계를 되찾는다.



남매에겐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이 있다. 아버지에게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공동재산으로 물려받았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려면 유산을 처분해야 한다. 장은 수확이 끝난 겨울에도 밭을 일구면서 자신이 땅에 속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잔잔하고 평온한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한 골칫거리인 상속세 문제는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풀린다.
영화는 대단한 사건 없이 남매가 함께 지내는 사계절을 착실하게 스크린에 옮긴다. 시간 흐름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들판 풍경과 한 병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다.



일상의 고됨을 자연으로부터 치유받고, 그만큼 성장해가는 남매들 모습엔 지난달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김태리)이 겹쳐진다. 직접 기른 농작물로 음식을 해먹는 혜원을 보며 평온함을 느낀 관객이라면, 유기농으로 정성껏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시음하는 남매들에게서 비슷한 감흥을 맛볼 수 있다. 이 영화도 '리틀 포레스트'처럼 사계절에 걸쳐 촬영했다. 다음달 3일 개봉. 15세 관람가.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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