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정주영 소떼길' 식수에 현대그룹 감격
1998년 민간인 최초로 1천1마리 끌고 판문점 통과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오후 정상회담 사이에 공동 식수행사를 하는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은 현대그룹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다.
1998년 6월 16일 고(故) 정주영 그룹 명예회장이 민간인 신분으로는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간 길이기 때문이다.
당시 500마리의 소떼를 직접 몰고 방북했던 정 명예회장은 같은 해 10월 27일에는 2차로 소 501마리를 북한으로 보냈다. 당초 직원들은 500마리를 준비했으나 한 마리를 더 보탠 것도 정 명예회장이었다.
1천마리이면 끝이 '0'이라 끝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 의미를 담은 '1'을 만들어 대북사업의 시작과 지속에 대한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현대그룹은 소떼 방북 이후 조성된 화해 국면 속에서 같은 해 11월 18일 역사적인 금강산관광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2003년 개성공단 개발과 2007년 개성관광 개시 등 남북 경협 사업을 확대했다.
그룹 관계자는 "오는 6월 16일이 정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20주년을 맞는 날"이라면서 "남북 정상이 이번에 '소떼 길'에 소나무 기념식수를 함으로써 20년 만에 이 장소가 평화의 상징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임원은 "오늘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정말 가슴이 벅찼다"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물꼬를 트고 정몽헌 전 회장에 이어 현정은 회장이 꾸준하게 공을 들여온 남북경제협력사업이 재개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최근 지속되는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대화와 교류의 문이 닫혀있고 어두운 전망이 거론되지만 언젠가는 평화의 길로 접어들 것을 의심치 않는다"면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인 남북 간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우리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 회장은 이날 TV 생중계를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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