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北지도자, 첫 南의장대 사열…'국가 대 국가' 인정(종합)
전통의장대, 여명·아리랑·무령지곡 연주…국군의장대 '받들어 총'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27일 남북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를 사열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를 사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과 역사적인 만남을 가진 뒤 문 대통령과 함께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에 있는 판문점 광장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이 이동하는 동안 양쪽에선 호위무사들이 장방형 모양을 이뤘다. 두 정상이 우리의 전통가마를 탄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통의장대는 두 정상의 이동 중 우리 민족의 전통 가락이 구현된 곡인 '여명'을 연주했다.
판문점 광장에서 전통의장대 및 국군의장대 사열이 있었다.
두 정상이 전통의장대 기수단을 지나갈 때 '무령지곡'이, 이어 의장대 사열 본행사 때는 '아리랑'과 '신아리랑 행진곡'이 각각 연주됐다.
이어진 내빈 소개 및 퇴장 순서에선 웅장한 '위대한 전진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관심을 모았던 국군의장대 사열은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육·해·공군 의장대가 지휘자의 '받들어 총' 구령에 맞춰 총을 비스듬히 위로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판문점 광장은 공간이 협소해 의장대와 군악대, 기수단 등을 포함해 370여명이 참가하는 정식 의장대 사열은 어렵기 때문에 참가 인원이 줄었고, 예식도 일부 생략됐다.
이날 전통의장대와 국군의장대 사열에 참가한 인원은 총 300명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환영 의장행사에 참가한 병력 규모와 비슷했지만, 의전은 달랐다.
이번에 김 위원장 환영 의장행사에서는 국기게양과 국가연주, 예포발사 등 정식 의장대 사열 때 실시되는 의전이 생략됐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번 의장대 사열을 약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면서 경례 자세를 하지 않고 걸어갔다. 반면 문 대통령은 의장대를 향해 손을 올려 경례를 받아줬다. 김 위원장이 의장대를 사열하면서 경례 자세를 하지 않은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장대 사열 관례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외빈을 맞는 의장대는 자국 국기와 자국 군기만 들고, 외빈 측 국기는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열을 하는 외빈은 예를 표하지 않는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의장대 사열은 정상외교 때 선보이는 대표적인 의전행사이다. 남측이 비록 약식이지만, 300명 규모의 의장대원을 동원한 가운데 의장행사를 한 것은 김 위원장을 정상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방북 때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방북 때 평양 4·25 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의장대 사열을 했다.
지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의 의장대 사열에서도 국가연주나 국가게양, 예포발사와 같은 의전은 생략됐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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