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④신세계 주 35시간 선제도입…야근율 32→1%
회의 빈도·시간 절반으로 줄고 피트니스센터 이용자는 '쑥'
집중근무 통해 업무효율 향상…근로시간 단축 '안착'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올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그룹의 업무 환경은 예전과 몰라보게 달라졌다.
임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워라밸)을 찾았고, 사무실 모습도 크게 변했다.
30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이전 32%에 달하던 이마트 본사 야근율은 현재 1% 미만이다.
팀별 회의실 이용 횟수는 일주일 평균 3회에서 1.5회로, 평균 회의 시간은 2시간에서 1시간으로 각각 절반으로 줄었다.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점심시간을 준수하는 분위기가 정착, 이마트 본사 직원식당의 월평균 이용자는 지난해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지난 1월부터는 효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직원식당에서 '테이크 아웃' 도시락 서비스도 시작했다.
휴게실 이용자도 줄어 휴게실 카페 판매량은 28% 감소했다.
직원들의 '워라밸'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마트의 사내 피트니스센터 이용자 수는 지난해까지 하루 140∼150명 수준이었으나 2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사내 어린이집에는 정원의 20%가량이 오후 7시까지 남아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오후 6시 이전에 전원 퇴소하고 있다.
이마트 본사에 근무하는 김 모(37) 과장은 "아침저녁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돼 아이들과의 유대감도 커지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줄었다"고 말했다.
사내 결혼한 이마트 본사 문 모(36) 바이어는 오후 5시면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아내와 함께 퇴근한다.
그는 "정시퇴근하려면 근무시간 최대한 집중해서 일해야 하므로 업무 생산성이 좋아진 것 같다"며 "퇴근 후 아내와 여가를 충분히 보내고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는 근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오후 5시 정시퇴근을 위해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셧다운제'를 실시 중이다.
사전에 담당 임원의 결재 없이는 PC가 재부팅되지 않아 무분별한 야근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마트는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오후에는 2시부터 4시까지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했다.
이 시간에는 흡연실을 폐쇄하고 회의 등을 최소화해 업무에 집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업무효율 극대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도 이뤄졌다.
이마트는 점포 직원이 직접 하던 상품 분류 업무를 물류센터에서부터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점포 상품 입고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했다.
서울 성수점 기준으로 하루 평균 5시간이 걸리던 상품 분류 시간이 2시간 반 정도로 단축됐다.
매장별로 담당자가 직접 하던 상품 발주는 시스템을 통한 자동발주로 변경해 시간을 단축했다.
먼 거리의 계산대 교대가 발생하는 점포의 경우 캐셔(계산원) 대기공간을 추가로 마련해 근로 여건을 개선했다. 현재 63개 점에 추가로 캐셔 대기실이 설치됐다.
신세계그룹은 근로시간 단축 정착을 위해 지속해서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본사 유연근무제를 추가로 도입했다.
'9 to 5'(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외에 '8 to 4', 10 to 6'을 적용하는 시차출근제,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1개월 이내 평균으로 하루 7시간, 주 35시간 근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35시간 근무제' 등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신 기업문화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다양한 직급 사원들로 구성된 TF팀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주 35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전방위적인 개선작업으로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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