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정원, PC 해킹해 사찰 정황…문성근·명진스님 등 감시
현 야당 일부 의원들도 대상…검찰 사찰공작 '포청천' 윗선 수사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야권 정치인과 진보성향 인사의 개인 컴퓨터(PC) 등을 해킹하며 불법 사찰을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시절이던 2009년부터 특별사찰팀을 구성하고 정부 비판적인 성향을 띤 인사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국정원은 "좌파 세력을 척결하라"라는 원 전 원장의 지침에 따라 대북 관련 공작을 수행하는 방첩국에 팀을 꾸리고 야권 및 진보인사를 상대로 폭넓게 사찰을 벌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미행뿐만 아니라 악성 코드로 PC를 해킹해 이메일 자료 등을 빼내는 방식으로 사찰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PC 해킹을 당한 대상에는 배우 문성근씨를 비롯해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 등이 포함됐고, 일부 여당 의원까지도 사찰대상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김모 전 국정원 방첩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같은 해킹 관련 사찰업무도 혐의사실에 포함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날 주요 증거가 이미 수집됐고,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다는 등의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보를 근거로 "국정원이 '포청천'이라는 공작명으로 한명숙·박지원·박원순·최문순·정연주 등 당시 유력 야당 정치인이나 민간인에 대해 불법사찰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국장이 재직 시절 포청천 공작을 주도한 인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불법사찰 배후에 원 전 원장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