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상화 거장이 단숨에 그려낸 현대인
롯데뮤지엄, 카츠 작품 70여점 전시…코카콜라·CK 연작 공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나이 많은 화가들은 내 구상 회화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색채는 프랑스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그들 생각일 뿐이다."(알렉스 카츠)
추상표현주의가 미국 뉴욕 화단을 장악한 1950년대 알렉스 카츠는 인물 초상에 몰두했다. 차분한 단색 배경에 춤을 추거나 물놀이를 하거나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쓱쓱' 그려낸 듯한 그림들은 일반적인 초상화와는 또 달랐다.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 수많은 미술 사조가 뜨고 지는 가운데서도 한 길을 걸은 카츠는 어느새 미국 구상화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됐다.
신작을 중심으로 카츠 화업을 아우르는 전시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한다. 그동안 일부 서울 갤러리가 그의 작품을 소개했지만 대형 초상화와 풍경화, 조각 등 7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는 아시아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란 게 롯데뮤지엄 설명이다.
미술사학자인 이주은 건국대 교수는 24일 롯데뮤지엄 기자간담회에서 "알렉스 카츠는 '카츠스타일'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라면서 "현대성과 동시대성을 표현하면서 연세와 무색하게 세련된 작업을 보여주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벽면을 하나씩 차지한 대형 초상화들은 간결한 선과 대담한 구도, 즉각적인 붓질을 보여준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대상을 한참 관찰한 끝에 이미지를 휙 낚아채어 빠른 붓질로 완성한"(이주은 교수) '카츠스타일'이다. 장식적 요소들이 사라진 탓에 대충 그린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도시 풍경과 현대인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뮤즈' 아다를 그린 작품도 여러 점 나왔다. 작가는 1958년 만난 아내 아다를 두고 "미국적 아름다움과 유럽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진 여인"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캘빈클라인(CK), 코카콜라걸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이들 브랜드 광고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작가는 특별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이 단박에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 초상화들을 완성했다. 예술과 패션, 광고가 공존하는 작업 세계를 대변하는 작품들이다.
카츠가 인물 형태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카툰 작품들도 함께 나왔다.
전시는 7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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