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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D-3] 판문점, 분단과 냉전의 상징에서 화해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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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D-3] 판문점, 분단과 냉전의 상징에서 화해의 땅으로
70년대 체제경쟁 장소…화해시대에도 北,미군 의식해 회담 회피
남북정상회담 정례 개최지된다면 '평화의 장소'로 자리매김할듯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4월의 햇살이 부서지는 판문점의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과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 사이의 군사분계선 앞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웃는 얼굴로 마주 선다.
그 분계선 위로 남북한 정상은 손을 맞잡고 뜨거운 악수를 한 뒤 인사말을 나누며 판문각을 마주 보며 남쪽에 있는 자유의집을 거쳐 평화의집으로 향한다.
앞으로 사흘 후면 판문점에서 실제 목격할 수 있을 장면이다.
판문점은 1951년부터 1952년까지 지루한 휴전협상을 이어가던 장소다. 전쟁 와중에 천으로 된 허름한 텐트가 세워지고 말싸움을 주고받았고, 판문점(板門店)이란 지명은 '널문(리) 주막마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현재 판문점은 남쪽 땅도 아니고 북쪽 땅도 아니며,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불린다. 남쪽 지역은 유엔군 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다.
정전회담이 끝나고 천막이 있던 자리에 목조 건물이 들어섰다. 남한은 1965년에 '자유의 집', 북한은 1968년 '판문각'을 세웠다.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은 1970년대 초 미중 정상회담과 관계개선으로부터 데탕트가 시작되면서 변화했다. 미국의 대화 요구와 당시 박정희 정권의 국내 정치적 필요가 결합하면서 적십자 회담이 시작되었다. 판문점이 남북한 사이의 관계를 논의하는 장이 된 셈이다.
남과 북이 서로 상대 지역을 오가며 회담을 하면서 치열한 체제경쟁이 시작됐다. 우선 대표단이 오갈 수 있는 도로가 필요했다. 당시 서울에서 판문점까지는 비포장이었고, 비 오는 날에는 회담 대표들이 타고 가는 차가 수렁에 빠진 일도 있었다.
1971년 12월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석 달 만에 여러 건설회사가 구간을 나눠 초고속으로 통일로가 만들어졌다. 급한 나머지 뿌리도 없는 나무를 심기도 했다. 북한도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250km의 도로 건설에 100만 명을 동원해 초고속으로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남북한의 대표단이 오가고 회담이 열리면서 판문점은 분단을 대체할 대화와 화해를 만들 것 같았지만, 국제정세의 변화에 떠밀려 시작된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화가 끊기자 대결과 충돌이 판문점에 상존했다. 1976년 8월 18일 '도끼 만행 사건'으로 아찔한 충돌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반도의 유일한 중립 지역인 판문점에도 현재 있는 군사분계선이 그어졌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첫 정상회담 이후에도 사실 판문점에는 화해와 평화가 깃들지는 못했다.
북한은 미군이 주축인 유엔사령부가 판문점을 경비하고 있는 데 대한 거부감으로 판문점을 통한 이동과 각종 남북회담을 개최를 꺼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회담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 북한은 남쪽의 기업인 현대아산이 관광사업을 해온 금강산 지역을 사실상 중립지역으로 보고 이곳에서 회담과 접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성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이 지역이 남북한의 중립지역으로 여겨지면서 많은 회담이 개성에서 열렸다.



이런 면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우선 1953년 6·25전쟁의 총성이 멈추고 휴전의 불안정한 평화가 깃든 땅에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을 만드는 회담이 열리기 때문이다. 판문점이 대결이 아닌 화해의 장소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또 최근 북한의 태도변화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판문점이 유엔군, 더 정확하게는 미군이 관할하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회담 개최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의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입장을 확장하면 일부에서 제기하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의제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날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이 세 번째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기념비적인 합의를 해내고,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이뤄낸다면 판문점은 완전히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휴전 이후 켜켜이 쌓인 남북한 대결의 묵은 때를 벗어낸다면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은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만든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j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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