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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D-3] 4강 한반도 전문가가 보는 4·27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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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D-3] 4강 한반도 전문가가 보는 4·27 <러시아>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위기 해결 첫 행보…양자관계 논의에 초점"
"비핵화 논의는 원칙적 선언 머물 것…북한, 인도식 핵보유국 지위 원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위기 해결의 중요한 행보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논의 초점은 주로 양자 관계 복원에 맞추어질 것이며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글렙 이바셴초프 전(前) 주한 러시아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남북한 간 대치 두 문제로 요약되는 한반도 위기 해결의 첫 번째 행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두 문제는 서로 연관돼 있지만 남북 관계 정상화가 우선적 의미를 갖는다"면서 "왜냐하면 이것이 없이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주로 개성공단 운영 재개 등의 경제 협력 복원과 인적·스포츠 교류 활성화, 이산가족상봉 재개 등 남북 간 신뢰회복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뢰회복이 돼야 남북한 관계 정상화와 다른 문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하고 싶은 얘기는 앞서 나온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 내용 발표에서 모두 했다고 본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했고, 자국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 아닌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도가 취하고 있는 입장과 유사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 핵전력 제한과 관련한 어떤 양보를 하기 위해선 정권 안보에 대한 확고한 보장이 필요한데 한국이 단독으로 그런 보장을 해줄 수는 없으며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포함되는 보다 광범위한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아직은 그런 보장을 얘기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위협에 대한 방패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의 위협이 제거돼야 핵 프로그램 폐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은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처럼 되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비핵화와 관련된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이 문제에 대한 어떤 선언을 하기 위해선 북미회담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바셴초프는 정상회담의 또 다른 의제 가운데 하나로 예상되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 관련,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기반을 쌓기 위해선 남북한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면서도 "당장 이와 관련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긴 어려울 것이며 대화를 통해 남북한 간 신뢰가 회복되고 나면 점진적으로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평화협정은 남북한 간에 체결돼야 하고 협정 보증국으로서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 강국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이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제경제·국제관계 연구원(IMEMO) 부원장 바실리 미헤예프도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비핵화가 아니라 경제 협력·문화교류 등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제재 해제와 경제지원 재개"라면서 "이 때문에 북한은 문화, 스포츠 교류 등을 제안할 것이며 한국에 어떤 식으로든 경제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헤예프는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 양측은 모두 핵 문제를 우회하려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며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는 정도의 원칙적 선언으로 지나가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은 인도 모델에 따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한다"면서 "인도는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협력하고 있으며 김정은도 이런 지위를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 문제를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미헤예프는 내다봤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한국 전쟁 종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합의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북한은 아직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게다가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김 위원장이 핵실험장 폐쇄와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압박을 가하려던 상대의 계획에 혼선을 초래했다"면서 "그는 이제 상대가 화답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할 권리를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톨로라야는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직전이 아니라 일주일 전에 그러한 발표를 한 것은 상대방이 고민해 상응하는 제안을 내놓도록 하려는 계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중단을 발표함으로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보다 양자 협력, 경제지원, 남북 화해 등의 의제 논의에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면서 "이제 한국이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지를 고민해야 하게 됐으며, 이와 관련 한국이 독자 제재 해제를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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