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GM 자구안 합의, 이젠 GM 본사가 성의 보일 때다
(서울=연합뉴스) 한국GM 노사가 23일 자구안에 극적으로 합의해 회사의 법정관리 행을 가까스로 막았다. 노사는 지난 2월 7일 첫 상견례 이후 지금까지 14차례나 교섭을 계속했다. 사측은 합의 시한을 당초 지난 20일로 정했으나, 당일 교섭 결렬 이후에도 노조가 협상을 이어갈 뜻을 보이자 사흘 연장하기도 했다. 노사 합의가 애초 정한 시한을 넘긴 것은 유감이지만 법정관리란 파국을 면했다는 점에서는 큰 다행이다.
이번 합의로 한국GM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한국 정부의 지원 아래 회생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잠정 합의안을 보면 노사는 핵심 쟁점이었던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 680명의 고용 보장과 신차 배정 문제에 관해 절충점을 마련했다. 지난 2월 폐쇄 결정이 내려진 군산공장의 잔류 근로자에 대해서는 추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시행하되 무급 휴직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희망퇴직 후 남은 잔류 인원 처리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종료 시점에 노사가 별도 합의하기로 했다. 당초 사측은 추가 희망퇴직을 받고 남은 인력은 부평·창원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며, 여기서 제외된 근로자는 4년 무급 휴직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노조가 4년 무급 휴직은 '사실상 해고'라며 전원 전환배치를 강력히 요구하자 한발 후퇴한 것이다. 사측은 또 '미래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경영정상화 계획을 노조와 협의키로 하는 한편,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에 말리부를 대체할 후속 차량 모델 확보를 위해서도 노사가 노력한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한국GM은 막판 노사 대타협으로 법정관리라는 큰 고비를 힘겹게 넘겼다. 하지만 또 하나의 큰 과제와 맞닥뜨려야 한다. 회생을 위한 본격 외부 지원에 앞서 정부·산은과 미국 GM 본사가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등을 한국GM 사태해결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대주주인 GM 본사의 책임 있는 역할이다. GM 본사는 자구안에 합의하면 한국GM에 대한 차입금 27억 달러(약 2조9천억 원)를 출자전환하고, 28억 달러(약 3조 원)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사협상 도중 차입금의 출자전환을 철회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신규 투자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노조의 자구안 동의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커 보였지만, GM이 진정으로 한국GM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해 볼 여지도 있었다. GM 본사는 차입금의 출자전환에 따라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은의 지분(현재 17%)이 15%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우리 정부의 차등감자 요구에도 난색을 보인다. 산은 지분이 15% 미만으로 내려가면 자산 처분 등 한국GM 이사회의 주요 결정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자칫 있을 수 있는 '먹튀' 등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와 산은은 GM 본사가 한국GM을 영속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확인돼야 자금지원과 함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 제도적 지원도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다음 순서는 GM 본사가 한국GM을 살리기 위해 진정성 있는 성의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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