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오찬 따로 하나…각자 전략논의 시간 원했을 수도
2000년·2007년 정상회담 때도 합의문 작성 날 오찬은 따로
오전 회담 확대회담 형태로 진행하면 오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남북 정상이 오는 27일 오전 첫 만남을 갖고 공식환영식과 정상회담, 환영 만찬을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날 오찬을 어떻게 할지는 발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23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3차 실무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찬을 함께한다고 발표했지만 오찬과 관련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오찬은 당연히 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세부 일정과 관련해서는 추가 설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찬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유력해 보이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실제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찬을 함께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두 정상이 만나 회담을 하고 공동선언문을 작성하는 날 오찬은 따로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14일 오전에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공식 면담을 마치고 오후 1시 15분부터 부인 이희호 여사, 공식수행원과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에서 오찬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찬을 하면서 참모들에게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어떻게 보도되는지 등을 확인했다.
만찬은 오후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 시내 목란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3일 오전에 김정일 위원장과 첫 회담을 마치고 옥류관에서 남측 대표단과 오찬을 했다.
이 당시 오찬에서는 회담에서 양 정상이 북한의 개혁·개방과 핵 문제, 남북 경제협력 등에 입장 차이를 노출한 데 따른 남측 대표단 인사 간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에 노 전 대통령이 주최한 답례 만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 때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오전 회담을 마치고 남측과 북측이 각각 회담 결과를 정리하며 후속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찬을 따로 하는 데 의견을 모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남북 정상이 오찬을 함께하기로 했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남북 정상이 오전 회담을 확대회담 형태로 진행하다가 자연스럽게 오찬으로 어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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