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장 폐기조치'에 南 '확성기방송 중단'으로 화답
남북, 선제·자발 조치 '이례적'…남북·북미정상회담 기대감 '쑥'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군 당국이 23일 최전방 지역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격적으로 중단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지난 21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방침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측의 화해 제스처에 남측이 화답한 모양새로도 비친다.
남북이 선제적으로 긴장완화 조치에 나서면서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등에 있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남북이 이번에 취한 조치들은 과거엔 상대의 '상응 조치'에 따라 이뤄졌지만, 이번엔 겉으로 드러난 조건 없이 자발적이며 선제적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과거 ICBM 시험발사 중단 등 '핵동결'로 여겨질 수 있는 조처를 할 때는 '행동 대 행동'으로 항상 미국 등에서 상응한 조치가 이뤄졌지만, 이번엔 현재까지는 대가라고 여길만한 사항이 드러난 게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8월 이뤄진 우리의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조치는 북측이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데 따른 것이었다.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긴장완화를 위해 확성기 방송 중단이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는 예상됐지만, 우리가 조건 없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은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북한은 변하지 않았는데 북한 변화의 주요한 수단인 대북확성기 방송만 중단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직면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이미 물밑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아침에도 최전방 지역에서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의 조치에 호응해 북측도 대남방송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핵실험장 폐기 등 북한이 취한 선제적 조치들에 우리가 화답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면서 "북한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긴장완화의 선순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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