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5] 文·金 역사적 첫 대좌… 비핵화 門 여나
北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낙관론…비핵화·종전 의지 '큰 틀 합의' 주력
남북서 '예열' 수준 높이고 북미 중재 올인…비핵화 방법론 간극 좁히기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오는 27일로 예정된 2018 남북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반도 명운을 가를 최상위 의제인 비핵화 행로가 넓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북미 간 담판이 가를 것이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과에 따라 그 가능성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올인'하는 이유다.
일단 상황은 낙관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미 3국 정상들의 입에서 매일 같이 긍정적 메시지가 흘러나오고 있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성사에도 '유리그릇' 다루듯 상황을 관리해온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을 공식화하며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우리에게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북미 간 적극적인 대화 의지 속에서 회담을 준비하고 있고, 회담 성공을 위해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는 성의를 서로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고 오로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종식과 안전보장을 말할 뿐"이라고 해 남북미가 오롯이 내세우는 비핵화라는 큰 틀의 합의 자체가 무난할 것임을 내비쳤다.
북미 간 흐름도 순조롭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최근 극비리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 조건을 타진하고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을 가늠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도 확인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어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것은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화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핵 동결의 입구로 평가되는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중단에 이어 ICBM 발사 중단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제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과 비핵화 담판을 지을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한 데 이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선언 직후 트위터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도 전날 공식 논평을 내고 북한의 조치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남북·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넘어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될 '선언'에 비핵화에 대한 두 정상의 강한 의지가 담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상선언문 수준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물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선언 수준을 높이는 데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종전선언을 출발점으로 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역시 비핵화 로드맵과 맞물려 있다. 한반도 대결구도를 끝내겠다는 평화협정 체결은 그 최대 위협 요소인 '핵 없는 한반도'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어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비핵화와 종전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선언 형식으로 천명한 뒤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쳐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선언을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또 다른 당사국인 중국 등을 참여시켜 비핵화로 가는 각 단계에서의 '행동과 보상'에 대한 북미의 실행력을 담보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이자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벌어질 일련의 '큰 판'에서 비핵화 선언과 함께 그 방법론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로 비핵화의 첫 단추를 끼웠지만,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북미 간 간극이 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불리는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비핵화 이전에는 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모토로 세분화한 비핵화 단계와 그에 따른 보상을 추구하고 있다.
비핵화 입구에서부터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톱다운' 방식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구속력을 갖췄다는 평가이지만 실행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게다가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등의 선언은 미래에 대한 위협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미 보유한 핵무기와 완성단계의 ICBM을 어떻게 해체하고 폐기하느냐라는 더욱 본질적인 문제를 남긴 상태다. 미국이 집중하는 대목이 바로 이거다.
문 대통령이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면서도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게 가장 과제일 것 같다"고 우려를 내비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면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교집합'을 넓히는 작업을 하는 게 최대 숙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인 비무장화 문제를 비롯한 적대 행위 금지 등 남북관계 개선 방안도 의제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타결 없이는 남북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와 겹치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중재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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