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나바로가 네온과 거울로 빚어낸 환영
갤러리현대서 4년 만에 개인전…6월 3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현대미술 작가 이반 나바로는 1972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이듬해 9월 칠레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이끄는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섰다. 나바로가 18살이 되고서야 탄압과 학살을 일삼던 독재 정권이 온전히 무너졌다.
"사람을 통제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공간으로 통제하는 방법도 있고, 빛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죠. 일부러 정전을 유발하거나 아예 전기를 끊음으로써 사람들을 통제하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유년시절 기억은 나바로가 훗날 빛 작업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네온, 거울, 유리, 형광등, 백열등 등을 활용해 사회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나바로 작업은 칠레뿐 아니라 세계 미술계 관심을 받았다.
나바로가 4년 만에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더 문 인 더 워터'를 연다. 제목을 풀이하면 물에 비친 달.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미지"라고 말했다.
"어둠이 어떤 물체로 인해 자연스레 밝아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달이 물속에 있는 듯한 환영, 그런 시각적인 환영이 제게는 큰 영감을 주죠."
이전 전시가 건물 단면을 형상화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면, 이번 전시에는 시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자극하는 감각적인 작품들이 주로 나왔다.
지하 1층에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한 드럼들이 있다. 악기이되 소리를 내지 않는 이 오브제들은 빛과 반사 거울을 이용해 관람객 시각을 교란한다. '비트' '블로우' 등 단어들이 무한하게 반복되면서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드럼을 선택한 이유로 "사실 북이나 드럼은 군대 행진곡 연주에서 많이 쓰인다"라면서 "군사 독재 체제에서 자라났기에 그러한 비트를 이용한 음악에 익숙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드럼 속 둥근 공간감도 작가 상상력을 자극했다.
2층에 놓인 거대한 검은 상자는 조각가 토니 스미스 작품 '다이'(1962)로부터 영감을 받은 '다이 어게인'(2006)이다. 어두운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바닥에 형광색 '우물'이 보인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짐작하기 어려운 깊이감에 순간 아찔함을 경험한다. 빛과 거울, 가구, 그리고 관람객들까지 끌어들인 신작 '베너티' 등 다른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 두루 나왔다.
이번 전시는 6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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