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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자궁경부암 책임공방 후끈…남자 탓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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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자궁경부암 책임공방 후끈…남자 탓이 더 크다?
HPV 감염 주원인은 '성접촉'…원죄 두고 '남 vs 여' 갑론을박
선진국은 남아에게도 백신 무료접종…"HPV 예방, 남성도 함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남자가 옮기는 바이러스인데, 왜 여자만 백신을 맞아야 하죠?" "그건 원래 남자가 맞아야 하는 주사 아닌가요?"
요즘 자궁경부암 백신이 때아닌 책임론으로 뜨겁다. 이 백신이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도 더 됐는데 최근 들어 '누가 바이러스를 옮기고, 누가 접종해야 하나'를 두고 온라인에서 성별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논란은 2016년 '국가예방접종'에 만 12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궁경부암 백신이 포함되면서 본격화했다.
요지는 이렇다.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Human Papillomavirus)라는 바이러스가 남성과의 성 접촉을 통해 주로 감염되는데도, 마치 여성만의 문제인 것처럼 백신 접종을 비롯한 사회적 초점이 여성한테만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 외에 남성의 편도암이나 두경부암 발생에 관여하는데 이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HPV 감염, 주원인은 '성접촉'…원죄 두고 '남 vs 여' 갑론을박
종류만 100여종이 넘는 HPV는 주요 감염 원인이 '성생활'이다. 나이와 무관하게 남녀를 막론하고 이 바이러스를 보유한 상대와 성접촉 시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모계를 통한 수직감염이 일부 있지만, 그 외의 경로로 HPV에 감염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75∼80%가 평생 적어도 한 번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HPV에 감염되더라도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감염 상태가 지속하면 감염 부위에 비정상적인 세포 변화를 일으켜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게 자궁경부암일 뿐이다. HPV는 생식기 사마귀(콘딜로마), 항문암은 물론이고, 특히 여성에게는 외음부암, 질암 등도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HPV가 남녀 모두에게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과거에는 흡연과 음주가 주요 원인이었는데, 근래 HPV 감염으로 인한 두경부암이 급증하면서 미국에서는 2020년을 기점으로 HPV로 인한 편도암 발생률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 여성만 HPV 예방접종?…남성 'HPV 콘딜로마' 증가세
HPV 백신 접종이 남녀 사이의 성 문제로 불거지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성 매개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남성과의 성접촉으로 감염되는 HPV를 여성의 책임으로만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여성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이런 남성 책임론에 무게를 싣는 게 HPV 감염에 의한 '콘딜로마'라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성기에 붉은 돌기의 사마귀가 생겨 닭벼슬이나 양배추 같은 모양으로 점점 퍼지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출혈과 분비물을 동반한다. 그런데 콘딜로마가 최근 들어 남성에게서만 꾸준히 늘고 있다. 그만큼 남성이 가진 HPV가 여성한테 옮겨갈 위험이 커진 셈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기과 김준모 교수팀이 2007∼2015년 사이 국내 콘딜로마 진료 환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남성은 연평균 11.6%의 증가세가 지속했다. 반면 여성은 2011년 이후 콘딜로마 환자가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이처럼 여성 콘딜로마 환자가 감소한 것은 2007년부터 여성 위주로 HPV 백신 접종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HPV 백신을 접종하면서 2011년 이후 여성에게는 실제 질환 예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이제 남성도 HPV 백신 접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여성에게 전파됐을 때 자궁경부암 등의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여성보다 남성에게 HPV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 선진국선 남아도 무료접종…"HPV 예방, 남성도 함께 해야"
현재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실시 중인 나라는 전세계 총 87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2회씩 HPV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접종 대상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이탈리아 등 19개 국가는 우리와 달리 남자아이에게도 무료로 HPV 백신을 접종해준다.
HPV 백신은 2가, 4가, 9가 백신이 시중에 나와 있다. 앞의 숫자가 클수록 예방할 수 있는 HPV 유형의 개수가 많다. 3개 백신 모두 남성도 접종할 수 있지만, 국내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콘딜로마를 예방하려면 4가나 9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우리나라 남성 콘딜로마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검출된 HPV 유형은 6형(69.8%)과 11형(23.6%)으로, 4가와 9가 백신에 이 유형이 포함돼 있다. 여성들도 콘딜로마에 감염될 수 있는 만큼 백신 선택 시 이 유형을 참고하면 좋다.
9가 백신은 가장 최근에 출시돼 가장 많은 수의 HPV와 이로 인한 각종 암, 콘딜로마 등을 예방한다. 특히 한국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유형인 52, 58번 HPV를 유일하게 예방할 수 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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