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힌두교 신화 빗댄 성폭행 비난 만평 논란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한 언론인이 최근 벌어진 힌두교도의 이슬람 8세 소녀 성폭행 사건을 힌두교 신화에 빗대 풍자하는 만평을 그려 논란이 인다.
19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 타임스 등에 따르면 남부 텔랑가나 주 하이데라바드에서 한 영자 일간지에 일하는 여성 언론인 스와티 바들라무디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만평 때문에 힌두교 단체로부터 형법 위반으로 고소당했다.
바들라무디가 그린 만평에는 힌두 신화에서 악마 라반에게 납치됐다가 구출된 왕비 시타가 힌두교도들의 이슬람 소녀 성폭행 사건 등이 담긴 신문을 보면서 남편인 힌두신 비슈누의 화신 람에게 "당신 추종자들이 아니라 라반에게 납치돼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만평은 금세 인도 네티즌들 사이에 퍼져나갔고 힌두 신화의 인물을 만평에 사용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과격 힌두신자는 지난해 여당인 인도국민당(BJP)과 그 사상적 기반인 힌두민족주의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다 괴한의 총에 살해된 여성 언론인 가우리 랑케시를 언급하며 바들라무디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힌두교 단체인 힌두 상가탄의 대표 카심셰티 카르나 사가르는 "힌두교도가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그 때문에 람을 믿는 수백만 명을 비난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면서 바들라무디가 종교적 신념을 모욕함으로써 특정 계층의 분노를 끌어내려는 악의적 행위를 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이에 대해 텔랑가나 주 언론인 조합은 만평을 올렸다고 고소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고소를 취하하라고 주장했다.
최근 인도에서는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 카투아에서 8세 이슬람 유목민 소녀가 지난 1월 힌두 주민들에게 납치돼 성폭행·고문을 당한 뒤 잔인하게 살해된 데다 여당인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 소속 주 장관들이 가해자를 옹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성폭행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또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운나오에 사는 한 16세 소녀가 1년 전 BJP 소속 주 의원과 그의 동생에게 성폭행당했다며 지난 8일 요기 아디티아나트 주 총리의 집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면서 아동 성폭행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델리 고등법원은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와 낙인 방지를 위해 피해자 성명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법률을 어기고 성폭행당한 8세 이슬람 유목민 소녀의 실명을 그대로 보도했다면서 18일 12개 언론사에 각각 100만루피(1천614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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