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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로의 차트 1위, 조작인가·SNS 마케팅 효과인가
'지나오다' 특별한 계기없이 차트 정상…소속사 "SNS에 홍보 콘텐츠 노출뿐"
편법 마케팅 논란도 불러…한매연 "진상 조사한 뒤 공동 대응"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무명 가수 닐로의 가파른 차트 역주행이 가요 시장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왔다.
음원 시장에서 '차트 역주행 신화'를 쓴 가수들은 다수지만, 지난해 10월 발매된 닐로의 '지나오다'는 특별한 화제성 없이 최근 한달 만에 멜론 600위에서 1위로 올라섰고, 특히 아이돌이 강세인 새벽 시간대에 유명 그룹들을 제쳤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유령 아이디로 스밍(스트리밍)을 돌렸다', '비정상적인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등 순위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가온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원도 기존 역주행 곡들에서 나타나는 역주행을 일으킬만한 직접적인 사건과 계기를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사재기나 불법 프로그램을 활용해 조작하지 않았다"며 "콘텐츠 기획과 타깃층 분석을 통한 SNS 마케팅 효과"라고 반박했다.
멜론 측도 닐로의 이슈가 불거진 뒤 차트 진입 경로와 '지나오다' 음원 이용자를 집중 분석했으나 "지금까진 불법적인 음원 사용 패턴이 의심되는 아이디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사재기 의혹은 SNS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방식'의 문제로도 옮아갔다. SNS 바이럴 업체들이 파워 페이지에 건당 돈을 내고 홍보성 콘텐츠를 게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법', '꼼수'란 비난이 이어졌다.


◇ 소속사 "SNS에 다량의 영상 올렸을 뿐"
이미 가요계에선 페이스북 등 SNS에서 히트곡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팔로워가 많은 몇몇 SNS 페이지에서 주목받은 인지도 낮은 가수들의 노래가 갑자기 차트 상위권으로 반등하는 사례를 확인하면서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 한번 출연보다 SNS 홍보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기획사들은 대다수가 SNS 노출과 확산을 통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리메즈를 비롯한 다수의 SNS 마케팅 전문 업체들이 생겨났다.
이들 업체는 자체 보유하거나 제휴 된 SNS 파워 페이지에 특정 가수의 홍보 콘텐츠를 노출하고, 때론 페이스북에 비용을 내고 타깃층에 광고를 집행한다. 여느 바이럴 업체들처럼 홍보의 대가로 해당 가수 측으로부터 관련 페이지 노출 등에 필요한 비용을 받는다. 몇 개 페이지에 노출하느냐에 따라 200만~300만원부터 500만~600만원까지 다양하며 영상 제작까지 해줄 경우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논란의 중심에 선 리메즈의 경우 '남자들의 뮤직 차트', '널 위한 뮤직 차트', '감성 플레이어' 등 3~4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너만 들려주는 음악' 등 팔로워수가 많은 여러 페이스북 페이지들과 제휴하고 있다. 2016년 SNS 마케팅 회사로 출발해 닐로, 그룹 장덕철 등의 가수를 영입해 기획사 영역까지 확장했다.
리메즈가 닐로의 차트 1위에 대해 "SNS를 통한 마케팅 노하우가 있고 그 효과를 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가요계에선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대다수가 하지만 누구나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기에 '노하우'란 대목에 의구심을 품었다.
리메즈 이시우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지나오다' 발매 전 닐로의 홍보 콘텐츠 10개를 제작했고 팔로워수가 많은 페이스북의 여러 페이지에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여러 영상 중 처음 반응이 온 것은 약 90만명의 팔로워수가 있는 '너만 들려주는 음악'에 띄운 닐로의 라이브 영상이었다고 한다. 이 영상은 '소속사가 일 못 해서 못 뜬 두 아티스트..우리가 띄워보자!!'란 글과 함께 게재됐다. 이 대표는 "이 문구는 회사가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자 붙였다"고 인정했다.
이 영상을 통해 멜론 100위권에 진입한 '지나오다'는 다음 날 '차트 아웃' 됐지만, 리메즈가 '세로라이브'와 '세상에서 가장 소름돋는 라이브' 등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닐로의 영상들을 올리고, 유튜브에서 '천둥 호랑이 창법'으로 화제가 된 가수 권인하가 이 노래를 커버하면서 100위권에 재진입해 순위가 빠르게 상승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SNS를 노출과 확산을 위한 창구로 이용한 것"이라며 "대중은 SNS에 노출된 라이브 영상을 듣고 좋다거나 공감이 되면 음원사이트로 가서 감상한다. 대중이 영상을 보고서 좋고 싫음을 바로 판단하기에 이 과정은 우리가 강제할 수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또 "무명 가수에게 방송은 진입 장벽이 높다"며 "소셜 미디어는 대중과 뮤지션을 직접 연결시켜주므로 대중에게 평가받을 기회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SNS 페이지에 돈 내고 콘텐츠 게재…가요계 "편법 이용한 수익 창출 문제"
이 대목에서 불거진 문제는 리메즈를 비롯한 SNS 마케팅 업체들이 페이스북 일부 페이지에 건당 비용을 내고 콘텐츠를 올린다는 점이다. 대가가 지급된 광고성 콘텐츠이지만 대중은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접하게 된다. 물론 비단 가요계뿐 아니라 방송, 영화계에서도 바이럴 업체를 통해 이와 같은 SNS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 누리꾼은 '광고나 다름없으니 대중을 속이는 꼼수다', '광고 콘텐츠가 음원 순위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차트를 교란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동수 마들렌뮤직 대표도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마케팅) 과정에서 소비자가 모르는 생산자의 또 다른 이익이 감춰져 있거나 혹은 생산자가 자신이 가진 도구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미리 유도하거나 정해놓고, 그로 하여금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해 이득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마케팅'이라기 보다 '어뷰징'이란 단어로 불리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 몇년 전부터 SNS 파워 페이지에 대가를 지불하고 홍보성 콘텐츠를 게재하는 것은 마치 관행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불법', '규제'의 영역인가란 부분에선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셀러브리티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서 온라인상에 '어떤 제품을 써보니 좋다'고 했을 때, 제품 보증의 순수성이 없으니 이를 고지하지 않으면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며 "규제를 할 때는 '소비자 오인'이 관건인데, 음악은 선호와 관련된 것이어서 '이 음악이 좋으니 들어보라'고 한 것은 유인이지, 오인으로 보기 어려워 애매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또 "페이스북의 페이지들은 새롭게 등장한 하나의 매체(광고판)"라며 "이번 이슈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대중이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인식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정당한 행동인가에 대한 의견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요계는 '닐로 사태'가 음원 사재기, SNS를 통한 편법 마케팅 등 여러 논란을 촉발하자 심각성을 인지하고 공동의 심층 논의가 필요할 때라고 봤다.
연예기획사 매니저들이 모인 단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은 18일 정기 운영회의에서 닐로의 차트 1위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한 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매니지먼트 제재, 성명서 발표 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매연 측은 "사재기나 편법을 이용해 순위가 상승하고 이를 통해 음원 수익을 거두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음악으로 승부하는 이들의 의욕이 꺾일 수 있다"며 "SNS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며 같은 논란이 반복될 소지가 다분해 건강한 음악 시장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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