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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전쟁](하) "한 푼이라도 건지려면 정부청사 문턱이 닳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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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전쟁](하) "한 푼이라도 건지려면 정부청사 문턱이 닳도록…"
'산 넘어 산'…이달 말까지 소관 부처 신청 다음 달엔 기재부 예산안




(전국종합=연합뉴스) "또 4월이네요. 정부세종청사 주변에 직원들 장기 투숙할 방도 알아봐야 하고 정신없습니다. 이때쯤 세종 가면 중앙부처 직원들 만나려고 온 지자체 공무원들이 엄청나게 많아져요. 국비확보 전쟁이 시작된 거죠."
지자체에서 국비확보 업무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이맘때쯤이면 벌어지는 정부세종청사 분위기를 한마디로 "살벌하다"고 전했다.
지자체 재정 여건상 국비가 없으면 변변치 않은 사업 하나 제대로 시행하기 힘들다.
따라서 국고 예산 확보에 지자체 운명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산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만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모두 몰려와 같은 소리를 해대는 통에 이마저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그나마 단체장이 와서 힘을 실어주면 사무실에서 얼굴이나마 볼 수 있지만, 올해는 선거까지 맞물려 단체장이 공석인 지자체가 많아 국비 담당 공무원들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 정부청사 문턱을 내 집처럼
대구시는 지난 3월 말부터 부시장 2명과 기획조정실장은 주로 기획재정부를, 실·국장은 부서별 정부 소관 부처를 맡아 1주일에 1∼2회씩 찾고 있다.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경선 참여를 위해 20일 가까이 시정을 떠났던 권영진 대구시장도 최근 후보로 확정된 뒤 업무에 복귀해 "국비 확보를 위해 서울과 세종을 부지런히 다니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비 확보를 위해선 지금까지 다져온 중앙부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자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울산시는 김기현 시장을 비롯한 시 주요 간부들이 국비 확보를 위해 국회, 중앙부처, 기획재정부 등을 41차례(방문대상 133명) 방문했는데 올해는 이를 늘린다.
얼굴을 봐야 얘기를 할 수 있고 얘기를 해야 예산을 따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충북도도 '예산 요구가 없으면 예산 반영도 없다'는 기치를 내걸고 국비 신청 전 중앙부처를 방문해 사전 설명을 하는 데 집중한다.
다음 달에는 기재부 주관 지방재정협의회에서 주요 현안 반영의 필요성 부각에 노력하고, 6∼8월에는 기재부를 수시로 방문해 사업설명과 건의를 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예산안이 부처에서 기재부로 넘어가면 부지사나 도지사가 직접 올라가 설득작업을 벌이는데 설명이 안 되면 읍소라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 국비확보에 쉬어갈 시간 없다…태스크포스 조기 가동
전남도는 오는 24일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 예산정책 간담회를 연다.
지난해에는 7월에 열었던 행사지만 올해는 부처 예산 반영 시기에 맞춰 3개월가량 앞당겼다.
전남도 관계자는 "예산담당 직원들은 거의 매일 서울이나 세종으로 출퇴근하다시피 한다"며 "5월까지 역량을 집중해 국고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도 작년 말부터 일찌감치 2019 정부예산 신규사업 발굴 보고회를 하고 국비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14일부터 국비 확보 논리개발을 위해 교수·국책연구원·기업인 등 외부 전문가 34명으로 구성된 신규사업 발굴 기획단(TF)도 가동했다.
대구시는 김승수 행정부시장과 김연창 경제부시장을 투톱으로 하는 국비확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부 부처, 국회 등에 사업 추진 필요성 등을 알리고 있다.
광주시도 전문가 그룹,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활성화하고 국비 지원사업 보고회 등을 수시로 열어 대규모 국비 사업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또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심의·투자심사 등 국비 지원 사전 절차 이행으로 국비 지원 정당성도 미리 확보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산담당 부서가 있지만, 국비 확보 시기에는 전담팀을 따로 꾸려 대응하고 있다"며 "매년 전담팀 가동 시기가 과거보다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연결고리 찾아라" 부처 공무원·국회의원·명예도민까지
제주도는 부처를 통과한 기재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지역 국회의원을 총동원해 예산이 잘려나가지 않도록 힘쓰기로 했다.
지역 국회의원 힘을 빌려서도 안 되는 예산은 '명예도민'에게 부탁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 명예도민은 1천716명이다.
이 가운데 현직 국회의원만 47명이다. 부처에도 다수의 명예도민이 있다.
실제로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해찬 의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포함한 명예도민의 도움을 종종 받고 있다.
전남도는 최근 '2019년 국고 지원 부처별 건의사업' 책자를 제작해 중앙부처 담당 공무원과 지역 출신 공무원에게도 배포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만나는 것만으로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 조금이라도 연결고리를 찾아보고자 예산 관련 책자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도 사업별 중요도에 따라 실·국장 이상 간부공무원에 과제를 지정해 중앙부처 관계자를 만나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여당 소속 부산 출신 국회의원 등을 초청해 당정협의회를 열어 국비 확보에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충북도는 중앙부처 기재부 등의 주요 인사에 대한 실·국별 전담자를 지정해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지난 2월 5일에는 지역 연고 국회의원 초청간담회를 열어 충북 관련 주요 사업에 대한 건의자료를 제공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 선거 때문에…단체장 공석 지자체 '비상'
전남도는 예산 확보를 주도해야 할 지사, 정무부지사 모두 공백 상태이다.
전임 이낙연 지사는 총리로, 정무부지사는 정계 진출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지사권한대행 이하 실국 공무원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단체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지방선거 분위기에 국비확보 전이 소홀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지난 17일 간부회의에서 이점을 우려해 "정부 부처별 내년도 국비 예산 신청이 이달 말 끝난다"며 "자칫 선거 분위기에 휩쓸려 사업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직접 하나하나 챙기겠다"고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비 확보 과정이 선거를 앞둔 현직 단체장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강원도의 경우 내년도 국비 확보전이 최문순 강원 지사의 3선 도전 출마 선언에 앞서 또 한 번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충남도는 안희정 전 지사가 성 추문에 휩싸여 물러나면서 현안사업의 국비 반영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기도 했다.
(강종구 김광호 김상현 김호천 손상원 양영석 우영식 이승형 이정훈 임보연 장영은 전창해 최수호 황봉규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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