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화협정 대망론…"北, 美가 수용못할 조건 제시안해"
큰 틀에서의 비핵화·평화체제 합의는 낙관적으로 전망
"디테일의 악마 넘어서야"…검증 미이행 등 과거 실패에는 경계감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이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한반도 평화 정착 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진행 중인 북미 간 대화 의지를 근거로 이같이 평가하면서도 결국은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의 당사국인 남북미가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마련될 합의를 이행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48개 언론사 사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합의)될 경우 평화체제를 한다든지, 북미관계를 정상화한다든지 이런 식의 원론적 합의는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에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한 문 대통령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동상이몽론(論)' 등 남북에서 북미로 이어지는 정상회담의 미흡한 결실을 우려하는 견해에 우회적으로 답변한 것이자 이번 정상회담을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동시에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데 이어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첫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를 좁혀서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가는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 회담이 성공할 것 같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때까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대통령의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남북-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는 동시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든 평화든 그것을 통해 가려고 하는 것은 남북 공동번영"이라면서 "그 부분은 북미 관계나 북일 관계 발전과 함께 가야 하고 중국까지도 지지하면서 동참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이어 청와대 역시 전날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한다.
남북미가 비핵화의 원칙과 이행 방식 등에 합의하고 나면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까지 포함해 평화협정 체제를 논의하는 과정이 추진될 수 있음을 문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셈이다.
다만 남북미 간 큰 틀에 합의가 이루어져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는 점 등을 들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등을 언급하면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목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할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방안을 되풀이할 수도 없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북미 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우리와 북한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테일의 악마'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합의들을 비롯해 1994년 제네바 합의 등 국제사회와 북한이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고서도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서 신뢰가 깨지면서 북한의 핵 고도화를 막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디테일의 악마'를 두고 "문 대통령은 비핵화 대원칙에 합의한 뒤 기술적 검증 미이행 등으로 합의가 깨졌던 과거의 사례 등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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