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버릇 훈육" 졸업 여제자 술먹여 성추행 교사 집행유예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술버릇을 알려주겠다며 졸업한 여제자와 만나 만취시킨 뒤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교 교사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교사는 고3 담임 때부터 "졸업하면 밤새 술을 마시자"고 이 제자에게 수차례 제안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준강제추행)로 기소된 고등학교 교사 A(46) 씨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고 19일 밝혔다.
범죄사실을 보면 몇 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A 씨는 재학생 B 양에게 평소 여러 가지 지켜야 할 것을 정한 '미래의 약속'을 맺었다.
A 씨는 그중 하나로 졸업 후에 밤새 잠을 자지 않고 어느 한 사람이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자는 일명 '무박 드링크'를 제안했다.
A 씨는 B 양이 약속을 잊을까 봐 B 양과의 SNS 대화방 공지사항에 이 사실을 적기도 했다.
졸업한 B 양이 다음 해 1월 학교에 대학 입시 상담을 받으려고 오자 A 씨는 '무박 드링크' 약속을 재차 상기시킨 뒤 3월에 다시 연락해 "여분의 옷을 준비하고 예쁘게 차려입고 오라"며 B 양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A 씨는 다음 날 B 양을 만나 연극을 관람한 뒤 함께 술을 마셨다.
계속된 술자리에서 B 양이 만취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자 A 씨는 B 양을 인근 모텔로 데려가 옷을 벗기고 성추행했다.
재판부는 "만취했을 때 술버릇을 알려준다는 이유로 여제자와 둘이서 술을 마시고 성추행한 A 씨는 성범죄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올바른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교육해야 함에도 교사 지위와 신뢰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특히 대입 재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A 씨와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동료 교사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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