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베, '납치문제 해결 노력' 트럼프 약속에 안도
재팬패싱 부인·우호 연출 안간힘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사학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전략이 어느 정도 가시적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이자 일본 측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자 아베 총리의 이러한 외교 카드가 먹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제기해달라는 아베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인데 이어 18일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공동회견에서 이에 대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확약했다.
지지율이 추락,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도 회복을 꾀하려 한 아베 총리에게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카드'의 대외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상회담에서 미국 본토를 사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일본이 사거리에 속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폐기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요구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마이니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외로 일본 측에 배려를 보였다"며 "미일 간 대북 공조가 완전히 일치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아베 총리는 그간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없다"며 대북 압력 일변도의 강경 입장이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결단한 대통령의 용기를 칭찬하고 싶다"고 발언, 대화 노선을 추종하는 듯한 자세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 첫날 만찬에서 아베 총리를 치켜세웠다.
그는 "납치문제에 대한 신조(아베 총리의 이름)의 정열은 대단하다"며 "오랜 시간 집념을 불태우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훌륭하다. 신조의 정열이 나에게도 옮겨졌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만찬에선 지난해 11월 골프 회동에 함께한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 등 미국에서 활약 중인 일본인 선수 이름이 화제에 오른 가운데 트럼프는 스모(相撲) 관람에도 흥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재팬 패싱(배제)' 우려에 대해 아베 총리는 18일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런) 우려는 맞지 않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또한, 납치문제와 관련해 "도움이 되고 싶다 한 트럼프의 모습이 일본 국민에게 남아있다"며 정상 간에 친숙하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연출하려 했다.
이러한 모습에 일본 측에선 안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국내 사정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특혜 논란과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 등 2개의 사학 스캔들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재무성 사무차관의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1%로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저 상태가 지속했다.
미일 통상 현안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18일 회견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협정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TPP는 미국과 일본 양국에 최고의 무역협정"이라며 미련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양자 무역협정을 훨씬 선호한다"고 못 박았다는 점에서 협의 내용에 따라 마찰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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