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세월호 상흔 극복하려 당긴 활시위…진도 대표선수 된 공무원
진도군청 홍보담당 오귀석 주무관, 전남체전 국궁 지역대표로 출전
(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활터에 선 전남 진도군청 공무원이 지역대표 국궁선수로 21일 전라남도체육대회(전남체전)에 참가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헌신했던 고장 진도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주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전통무예를 이어가는 궁사로서 이번 대회에서 혼을 실어 활시위를 당기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은 진도군청 홍보담당 오귀석(43) 주무관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아침, 그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꽃게를 취재하러 온 방송팀을 안내하고 있었다.
팽목항과 맞닿은 서망항에서 제철 꽃게 취재를 돕던 그는 거짓말처럼 날아든 뉴스 속보에 부랴부랴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이후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그는 팽목항을 지켰고, 그 곳을 감싸던 구슬프고 스산한 분위기는 오 주무관 마음에도 시나브로 스며들었다.
참사 1년이 흐른 2015년 4월 오 주무관은 심란한 마음을 다잡자고 진도 창덕정 활터를 찾았다.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는 법을 익히기 위해 활쏘기를 시작했다.
첫 두 달 동안은 활을 버텨내는 힘과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빈 시위만 당겼다.
마침내 사대에 선 그는 화살을 재고 150m 떨어진 과녁을 겨눴다.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하며 활시위를 놓자 손에서 떠난 화살이 우아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과녁에 '쿵'하고 박혔다.
짜릿한 쾌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이후 마음속 깊이 박혀 있던 참사 트라우마도 차츰 희미해졌다.
오 주무관은 활쏘기가 공정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과정과 결과 모두 본인만 책임질 수 있다.
꾸준한 연습만이 실력을 키워주는데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은 노력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 전쟁 도구였던 활은 바람과 주변 지형지물만 잘 활용하면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쏟아져도 쏠 수 있다.
거의 매일 활터에 나간 오 주무관은 빠른 속도로 실력을 키웠고, 올해 1∼2월 열린 전남체전 진도군 대표선수 선발대회에서 도 대표급 선수들을 따돌리며 종합 2위에 올랐다.
그는 이번 전남체전에서 평소 연습만큼 실력을 발휘해 순위권에 드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또 국궁 10단까지 올라 명궁이 되고 심판 자격까지 획득하는 중장기적인 목표도 세우고 있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꾸준한 연습 덕분에 그는 생활체육 분야에서 배구 주심, 낚시 심판, 전남낚시협회 전무로도 활동 중이다.
오 주무관은 "국궁 1, 2단 승급 심사 모두 마지막 한 발에서 결실을 거뒀다"라며 "최선뿐만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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