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새 수반 디아스카넬의 과제는…경제회복·대미관계 개선
개혁·개방 연속성 확보…이중화폐 통합, 당정관계 정립 주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쿠바의 국가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임명될 것이 확실시되는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57)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라울 카스트로 정권 당시 취해졌던 각종 경제 개혁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침체한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현안에 직면해 있다.
라울은 쿠바 사회주의 경제에 변화와 개혁·개방의 물꼬를 터 일부 개혁은 상당 부분 진척됐지만 일부는 아직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쿠바의 오랜 우방국이자 원유 공급처인 베네수엘라가 최근 수년 사이 경제난과 정국 혼란을 겪으면서 원유 공급 등을 줄여 쿠바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로 쿠바의 산업생산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절전을 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이에 따라 쿠바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0.9% 감소했다. 2017년 들어서 관광업 덕에 1.6% 성장하면서 반등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미 NBC는 "경제 침체 속에 월평균 30달러 안팎의 평균 급여를 받는 쿠바인들은 새로운 지도자에게 생활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경색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쿠바의 고민거리다.
쿠바와 미국은 2015년 반세기 넘게 이어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정권 시절 이뤄졌던 관계 복원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인들의 쿠바 개인 여행을 제한하고 쿠바 군부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의 거래를 단속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같은 해 미국 정부는 쿠바에서 자국 외교관들이 음파 공격 탓에 괴질을 앓는다고 주장하며 쿠바 아바나 주재 대사관 인력을 60% 축소했다. 그러고는 워싱턴DC에 주재한 쿠바 외교관 15명을 추방하는 후속 조치를 강행하기도 했다.
당장은 디아스카넬이 가지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하기 힘들다. 그는 작년 11월 시의원 선거 당시 "우리는 계속 미국의 관계 측면에서 개방적일 것"이라고 밝혔다가 지난달 전국인민권력회 선거 때에는 "쿠바를 공격하는 행정부에 의해 혁명이 공격받고 위협받고 있다"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정부와 공산당과의 관계를 조율할 필요성도 있다. 1959년 혁명에 성공한 뒤 집권한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동생 라울 모두 국가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과 공산당 총서기직을 동시에 유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디아스카넬이 새 국가평의회 의장으로서 정부를, 라울이 2021년까지 공산당 총서기로 당을 각각 이끌게 된다.
혁명 1세대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라울이 상당 기간 혁명 세대의 정치적 기반과 군부의 지지를 토대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선택에는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니콜라스 왓슨 정치위험 분석가는 로이터 통신에 "카스트로는 2021년까지나 그 이후에도 최종적인 정책 결정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침체와 자영업 등 민간 영역 확대 기조 속에 쿠바가 자랑하는 무상 의료·교육 복지 정책을 유지하느냐도 관건이다. 지난 12년간의 라울 집권 기간에 쿠바는 국가 소유의 계획 경제에서 사적 재산을 인정하는 민간 경제 영역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사적 소유를 인정하는 민간 경제가 활성화할수록 국가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무상복지에 익숙한 국민의 삶의 질 개선 요구를 수용하면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내국인이 사용하는 고유 화폐인 CUP와 2004년부터 달러화와 연동되는 CUC가 동시에 유통되는 이중 화폐 제도 역시 손질이 필요하다. 라울 정권은 여러 차례 화폐 통합 계획을 밝혔지만 시행하지 않았다.
쿠바 전문가인 마르게리테 히메네스는 미 잡지 포린 어페어 기고문에서 "디아스카넬은 혁명 과업으로 정당화된 권력을 쥔 카스트로 형제와 다르다"면서 "디아스카넬은 주로 실적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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