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적 조현민' 불법 이사 파악못한 국토부…'봐주기' 의혹(종합)
법규개정 전날 등기이사 퇴임한 조현민…"국토부와 교감있었나" 의혹도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미국 국적인 조현민(35) 대한항공[003490] 전무가 불법으로 6년간 진에어[272450] 등기이사에 올라있는데도 국토교통부가 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 전무가 등기이사로 재직하던 2013년 진에어가 면허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가를 내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봐주기 의혹'까지 일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논란이 일자 18일 김현미 장관 지시로 즉시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2008년 4월 항공운송사업면허 취득 뒤 2013년 10월 화물운송사업이 가능하도록 면허 변경을 신청, 10월 8일 국토부가 이를 인가했다.
면허 변경 인가를 위해서는 항공사업법상 면허 결격사유 등이 없는지 심사해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진에어의 면허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2013년 10월 당시 진에어 등기이사로 불법 재직하고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항공사업법 제9조와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은 '국내·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의 결격사유' 중 하나로 임원 중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조 전무는 1983년 8월 미국 하와이주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다. 성인이 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면허 변경을 인가하는 과정에서 임원현황을 확인하는 등 결격사유 심사를 해야 했던 게 맞다"면서도 "당시의 정확한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면허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항공사가 면허 변경을 신청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면허 변경을 받아준 것 같다"며 "국토부가 일을 안일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봐주기' 의혹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토부가 한진그룹 총수 일가 신변에 대해 잘 모를 수 있겠느냐"며 "조 전무가 미국 국적자라는 사실도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졌는데 이를 몰랐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에어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조 전무는 '사내이사 미합중국인 조에밀리리(CHO EMILY LEE)'로 등록돼 있다.
'조에밀리리'는 조 전무의 영어 이름이다. 이 이름 앞에 국적이 미국(미합중국)임이 명백히 적시돼 있는 데 국토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시점을 두고도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6년 3월 29일 당시 항공법이 개정됐는데, 바로 전날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바뀐 항공법에 따르면 기존에 면허를 취득한 항공사업자도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면허 결격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등 국토부에 보고해야 한다.
진에어 등기부등본을 보면 조 전무는 2013년 3월 28일 사내이사에 취임해 2016년 3월 28일 사내이사에서 퇴임했다. 법 개정 하루 전에 물러난 셈이다.
다만, 이 법 시행일은 6개월 뒤인 9월 30일로, 조 전무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즉시 어떤 이득을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 전무는 2010년 3월∼2013년 3월 3년간 등기임원을 한 뒤 바로 이어 2013년 3월∼2016년 3월 다시 등기임원에 올랐지만, 이후 이를 연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의 불법적인 지위를 인지하고 대응했다는 설명은 가능하다.
국토부가 진에어와 사전 조율을 통해 조 전무와 관련한 불법 논란이 해소할 수 있도록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진에어 측은 "당시 퇴임은 임기가 딱 3년 되는 날이라 사퇴한 것이다. 우연일 뿐"이라며 "이와 관련해 국토부와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법 개정은 신규 항공사들이 다수 설립되는 추세에 맞춰 신규 항공사 진입기준을 바꾸고 기존 항공사 관리를 강화하는 등 많은 조항이 바뀌었다"며 "당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토부는 조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불법 재직 논란과 국토부의 관리·감독 소홀 논란이 일자 김현미 장관 지시로 즉시 감사에 착수했다.
김 장관은 "조 전무 재직 당시 두 차례 대표이사 변경과 한차례 사업범위 변경이 있었는데, 이를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감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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