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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로 뜬 페미니스트 시인 루피 카우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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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로 뜬 페미니스트 시인 루피 카우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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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로 뜬 페미니스트 시인 루피 카우르 이야기
    시집 '해와 그녀의 꽃들'…상처 드러내며 여성 위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인스타그램에 올린 시들로 영미권 스타가 된 인도계 여성 문학가 루피 카우르의 두 번째 시집 '해와 그녀의 꽃들'(박하)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카우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250만여 명을 거느린 대표적인 '인스타 시인'(instapoet)이다.
    인도 펀자브에서 태어나 네 살 때 가족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한 그는 영어를 어려워하는 부모를 생각하며 처음부터 시를 쉽게 쓰려 노력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인스타그램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다며 삭제된 사건을 계기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그 사진은 생리혈 자국이 선명한 바지를 입고 침대에 등을 돌린 채 누워 있는 사진이었다.
    그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벌거벗은 신체를 노출한 사진들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으면서 여성이라면 당연히 경험하는 생리 사진은 왜 삭제되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고, 이것이 공론화하면서 인스타그램 측의 사과를 얻어냈다.
    이후 그가 올린 시들 역시 인터넷에 퍼지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본인이 자비를 들여 펴낸 첫 시집 '밀크 앤 허니'는 출간 후 2년간 300만 부가 팔려나갔고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지난해 10월 나온 두 번째 시집 '해와 그녀의 꽃들' 역시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6개월 남짓한 기간에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이 시인이 이토록 널리 사랑받는 요인은 선명한 메시지와 힘 있는 언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부분은 제목도 없이 쓴 짧은 문장들은 시의 간결함과 에세이의 솔직함을 함께 지닌다.
    이번 시집 '해와 그녀의 꽃들'은 시듦, 떨어짐, 뿌리내림, 싹틈, 꽃핌의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눈다. '시듦'에서는 사랑과 이별로 인한 내밀한 상처를 조근조근 이야기하며 공감을 일으킨다. 이어 '떨어짐'부터는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상처를 남기는 사회적인 요소들을 좀더 힘있게 꼬집고 고발한다.
    "안 돼요 는 우리 집에서 나쁜 말이었어/안 돼요 라고 말하면 매를 맞았지/내 사전에서 지워지고/얻어맞고 몸에서 쫓겨났어/우리가 모든 것에 네 라고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바르게 행동하는 아이가 될 때까지 말이야/그가 나를 덮쳤을 때/내 온몸이 거부했지만/살아남기 위해서도 안 돼요 라고 말하지 못했어/(중략)/부모님과 보호자에게 묻고 싶어/그러면 대체 순종이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내 안에는 내 것이 아닌/손들이 있는데/ - 어릴 때 배우지 못했는데, 커서 어떻게 동의를 말하겠는가" (94쪽)





    "새로운 열매처럼 내 몸이 익어가기 시작했을 때/열두 살 때까지는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꼈다/그러다 갑자기/남자들이 군침을 흘리며 갓 난 내 엉덩이를 쳐다보았다/남자애들이 쉬는 시간에 술래잡기 대신/내 몸의 새롭고/낯선 부분들을 만지고 싶어 했다/(중략)/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세계 인구의 절반에게/내 몸이 그들의 침대가 아니라고/설득을 해야 한다는 게//과학이나 수학을 배우고 있어야 할 때/나는 여성에게 주어진 삶을 배우느라 바쁘다" ('성장의 예술' 중)
    '뿌리내림'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사회의 소수자인 이민자, 난민에 관한 이야기도 한다.
    "집을 다시는 못 찾을지 모르는데/집을 잃는 심정을/그들은 알지 못한다/당신의 인생 전체가/두 땅으로 나뉘고/두 나라의 다리가 된다는 걸 말이다/ - 이민자" (123쪽)


    '싹틈'과 '꽃핌'에서는 여성들에게 사회의 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우라고, 당당해지라고 독려한다.
    "그녀가 옷을/많이 입었든/조금 입었든/그녀의 자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덮음|덮지 않음" (234쪽)
    "우리가 여태껏 견뎌낸 것들을 통해/우리는 준비가 되었다/당신의 망치와 주먹을 가져오라/우리가 부숴야 할 유리천장이 있다/ - 이곳의 지붕을 없애버리자" (235쪽)
    "여자가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무엇일까//태어난 첫날부터/그녀는 이미 자신 안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단지 세상이 그렇지 않다고 그녀를 설득했을 뿐" (237쪽)
    시인이자 사진가인 신현림이 번역을 맡아 우리말로 옮겼다.
    260쪽. 1만2천500원.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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