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난민정책' 갈등에 팔짱끼던 메르켈, 교통정리 나서
메르켈 오른팔 총리실장, '난민가족 재결합' 규제강화에 제동
사민당 측의 '하르츠Ⅳ 폐지·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에도 반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연정 참여 세력 간에 충돌을 빚은 난민과 복지 정책을 놓고 교통정리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출범한 메르켈 4기 내각은 한 달여간 독일에 정착한 난민의 해외 가족을 데려오는 기준과 장기실업자 대상 실업부조제도인 '하르츠 Ⅳ'의 개혁 문제를 놓고 갈등을 노출해왔다.
주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과 사회민주당이 각각 보수층과 진보층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다가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 11∼12일 베를린 인근의 메제베르크궁에서 열린 연방 각료 비공개회의에서 협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뒤 갈등 양상은 진정되기 시작했다.
특히 각종 논란에 팔짱을 끼고 있던 총리실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를 직접 보좌하는 헬게 브라운 연방총리실장은 지난 15일 일간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기사당 내각 회의에서 합의될 경우에만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법안은 입국 가능한 난민 가족을 미성년자인 자녀, 미성년 난민의 부모, 배우자로 제한했다.
또한, 사회복지 수당을 받는 난민을 가족 재결합 자격에서 아예 제외했다. 상당수의 난민이 사회복지 수당을 받는 터여서 해외의 가족을 데려올 수 있는 난민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난민에게 우호적인 사민당 측은 난민 가족의 입국자 수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애초 대연정 협상에서는 오는 8월부터 매달 1천 명의 난민 가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브라운 총리실장의 이런 입장은 사실상 난민에 비우호적인 제호퍼 장관의 행보에 제동을 건 셈이다.
브라운 총리실장은 사민당 일각에서 제기된 하르츠 Ⅳ의 폐지와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 내각 임기 내에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장기실업자를 위한 맞춤형 직능교육 등을 통해 재취업 기회를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사민당 내 좌파진영에선 최근 하르츠 Ⅳ로 대표되는 노동개혁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면서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주장했으나, 기민당과 기사당 측은 이에 반대해왔다.
메르켈 총리가 총리실을 통해 대연정 내 정책조율에 나섰지만, 대연정 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현안을 놓고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외교적으로도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을 놓고 기민·기사 연합 측은 러시아에 대해 제재에 나선 영국과의 공동보조에 찬성했지만, 사민당 내부에선 이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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