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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니콘 군단' 美 추월했나…거대 中시장 등에 업고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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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니콘 군단' 美 추월했나…거대 中시장 등에 업고 '쑥쑥'
몸집부터 키우고 수익은 나중 '출혈경쟁'…IT공룡 흉내내기도 눈길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이 스타트업 창업과 펀딩 붐을 이루며 이른바 '유니콘'의 산실로 부상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 용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유니콘은 168개, 이들의 기업가치는 총 6천280억 달러(약 672조 원)에 이른다.
이런 중국 정부의 발표는 대표적 유니콘인 앤트 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다. 알리바바 계열인 앤트파이낸셜은 1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펀딩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1천500억 달러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민간기업의 평가는 중국 정부보다 냉정하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은 64개의 유니콘을 거느리고 있고 기업가치 총액은 2천770억 달러(296조 원)다. 이는 114개 유니콘에 4천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미국보다는 뒤진 것이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앤트파이낸셜이 빠져있다.
중국의 유니콘들은 실리콘 밸리의 유니콘처럼 시장 점유율 경쟁에 몰두하느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꾸준히 몰려들면서 펀딩은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유니콘이 투자자들을 매료시키는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스타트업들의 혁신 노력, 그리고 최신 트렌드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광대한 소비자 시장이 결합돼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여러 가지의 출구가 있다는 것이다.
NGP 캐피털의 폴 아셀 상무이사는 미국 벤처 캐피털의 절반 이상이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반면에 중국은 소비자 지향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이라는 잘 다져진 길 외에도 중국 정부가 지난주 중국주식예탁증서(CDR) 제도의 도입을 발표한 덕분에 스타트업의 선택권은 더욱 넓어졌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을 모방한 CDR은 해외 상장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알리바바처럼 해외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들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기업가치가 200억 위안(30억 달러)를 넘은 비상장 기업도 CDR를 발행할 수 있다.
스타트업들에게 또다른 출구는 알리바바나 텐센트에 사업을 매각하는 것이다. 알리바바나 텐센트는 처음에는 소액 지분 인수로 출발했다가 나중에는 기업 전체를 사들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알리바바는 최근 식품 배달 서비스 회사를 어러머(Ele.me)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실례로,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는 95억 달러로 평가됐다. 알리바바는 인수에 앞선 소액 지분 인수를 '혼전(婚前) 교제'라고 표현했다.
중국 IT공룡들의 출자는 스타트업들에게는 이들이 거느린 거대한 고객 기반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 대가로 스타트업들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의 대금 결제 서비스를 통해 자금을 처리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타트업은 렌탈 서비스 업체로, 자전거, 배터리 충전기, 가라오케 부스 등 온갖 기기들을 취급하고 있다. 후한 할인과 판촉 행사가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수단이다.


벤처 캐피털 회사인 고비의 켄 수 상무이사는 덩치를 점점 키우고 돈을 나중에 벌겠다는 것이 중국 스타트업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벤처 캐피털 펀드인 SOSV의 윌리엄 바오 빈 파트너는 규모가 큰 일부 스타트업들은 중국 무대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디디 추싱이 올해 브라질의 동종 업체인 '99'를 사들이고 멕시코에 지사를 설립한 것이 이런 사례의 하나다.
일부 평가 기준에 따르면 샤오미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실적 1위로 평가받고 있다. 드론 제조회사인 DJI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른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생태계의 최상위에 자리 잡은 알리바바나 텐센트를 흉내 내고 있다. 디디가 자전거 공유 서비스에 진출하고 음식배달업체 메이퇀이 차량 호출 서비스에 손대는가 하면 샤오미는 음악과 영화,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몇몇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물론 양대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인 모바이크와 오포가 매월 7천500만 달러의 현금을 소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데서 보듯 많은 스타트업들을 출혈 경쟁에 휘말려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솎아내기 과정으로 보고들 있다.
파산과 피인수를 통한 질서 재편도 계속되고 있다.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계의 3위인 블루고고는 샌프란시스코에 진출한 직후 도산했고 1위인 모바이크는 지난주 메이퇀의 손에 넘어갔다.


스타트업 투자의 열기는 인공지능(AI)에서 본격화되는 추세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의 펀딩액을 기준으로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쳤고 이 부문의 글로벌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근 절반에 달한다.
AI를 이용한 안면 인식 기술을 개발한 메그비, 센스타임이 주목받는 스타트업들이다. 센스타임은 지난주 6억 달러 규모의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중국 AI 전문 연구원은 안면 인식 기술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이 때문에 "깊은 레드 오션"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이런 군중 심리는 스타트업들이 벌이는 경쟁이 진정될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디디와 메이퇀이 맞붙을 것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지금은 장안의 화제가 됐다"고 논평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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