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광화문분향소 메운 시민들…"어찌 잊을 리가"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잊지 않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노란색 포스트잇 수천개가 붙어 노란 리본 모양을 네 개 만들었다.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고 포스트잇이 덧붙을수록 리본은 점점 더 두꺼워졌다. 시민들은 포스트잇에 적힌 글귀를 꼼꼼히 읽었다. 끝내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많았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서울시가 함께 광화문광장 북측에 설치한 '4.16 전시' 공간에는 이날 시민들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주로 10∼20대 젊은 층이 많았지만, 중장년층과 노년층도 이따금 보였다. 시민들은 포스트잇 리본 만들기에 동참하거나 전시된 추모 시와 그림을 감상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왔다는 백예나(16)·안미현(16)양은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어서 무슨 일이었는지 잘 몰랐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며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평소에도 리본을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혜수(21)씨는 "세월호 참사 후로 4월은 한 달 내내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 "오늘 꼭 천안함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얘기야말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광화문광장 남측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내내 20m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국화꽃을 헌화한 다음 분향하고 희생자들 영정 앞에 묵념했다. 묵념하는 뒷모습은 차분해 보였으나, 뒤돌아 나오는 얼굴을 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덕소에서 온 최성곤(53)씨는 "와보니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고맙고, 기성세대가 많지 않아서 부끄럽다"면서 "'그만하자' 이런 말 하는 사람도 있는데, 경쟁이 심한 사회라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씁쓸해했다.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김영경 학생과 나이와 이름이 같다는 김영경(21)씨는 "참사 당시에 정말 놀랐고 내 일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 같은 학생들이 계속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장 한쪽에서 4·16연대가 항시 운영하는 '노란 리본 공작소'는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점령한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어린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열심히 만든 노란 리본을 '고맙다'며 웃으며 받아들고는 가방이나 휴대전화에 걸고 광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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