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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 소방차서 극적 생환 소방관 "조수석 문으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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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 소방차서 극적 생환 소방관 "조수석 문으로 탈출"
인천 화학 공장 화재 때 펌프차 전소…탈출 직후 모두 타

인천 화학 공장 화재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20억원대 재산피해가 난 인천의 화학 공장 화재 때 30대 소방관이 불길에 휩싸인 소방차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인천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달 13일 오전 11시 47분께 인천시 서구 가좌동 통일공단 내 한 화학물질 처리 공장에서 큰불이 났다.
검은 연기가 인근 서구 청라국제도시, 동구 송현동, 남구 용현동 지역으로까지 번지자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한 소방당국은 최고단계 경보령을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만 830여 명에 달했으며, 펌프차 29대 등 차량 145대도 투입됐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40여 분 만인 당일 낮 12시 30분께 불이 난 화학 공장에서는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 기둥이 끊임없이 치솟았다.
소방대원들은 화학 공장과 곧바로 연결된 골목길을 통해 소방 펌프차 2대를 차례로 접근시켰다.
그러나 화학물질과 반응한 불길이 점점 더 거세져 건물 3층 높이로까지 치솟았고, 유독가스와 함께 검은 연기도 급속도로 퍼졌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불길에 펌프차 2대는 다시 후진을 시도해 골목을 빠져나와야 했다. 뒤에 있던 2번째 펌프차가 먼저 5m가량 후진했고, 뒤따라 화학 공장 가까이에 있던 앞쪽 펌프차도 뒤로 이동했다.
당시 주변에 있던 소방관 한 명은 검은 연기가 불길과 함께 밀려오자 다급한 나머지 옆쪽 담을 뛰어넘기도 했다.
그 순간 앞쪽 펌프차 바닥에서 불길이 보였다. 차량 앞바퀴 쪽에서 시작된 불길은 10초도 안 돼 뒷바퀴까지 옮겨붙었다.
화학 공장에서 흘러나온 폐유류가 펌프차 아래로 흘렀고, 불꽃이 옮겨붙으며 화염은 순식간에 소방차 전체를 집어삼켰다.



주변 시민들은 "불. 불. 불. 소방차 밑에. 소방차 밑에"라고 큰소리로 고함을 쳤다.
서부소방서 소속 A(36) 소방장이 혼자서 운전해 후진하던 펌프차를 화마가 집어삼킬 찰나였다.
주변에 있던 소방관들은 펌프차가 화염과 검은 연기에 사로잡혀 보이지 않는 짧은 순간 그의 생사부터 걱정했다.
A 소방장은 생사를 오가는 긴박한 순간 그나마 불길이 거세지 않았던 조수석 문을 열고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가 빠져나온 직후 펌프차는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A 소방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펌프차를 후진하는데 차량 앞쪽으로 불길이 거세게 올라왔고 검은 연기 때문에 시야도 확보되지 않았다"며 "차량 근처에 있던 센터장이 차량을 급하게 두드리며 빨리 나오라고 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는 이어 "운전석 문 쪽에는 불길이 심해 사이드브레이크부터 급히 채우고 그나마 불길이 약했던 조수석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며 "10년가량 소방관으로 일했지만, 화재현장에서 그날처럼 급박했던 상황은 처음이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A 소방장은 고향에 계신 가족들이 불에 탄 소방차와 관련한 뉴스를 봤겠지만, 자신인 줄 모른다며 걱정할 가족들을 생각해 얼굴과 이름 공개는 원치 않았다.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당시에 주변 소방관들이 손쓸 틈도 없이 펌프차가 후진하던 중에 불에 탔다"며 "주변 소방관들은 A 소방장이 순직한 줄 알고 매우 놀랐다"고 했다.
1억7천만 원짜리 해당 펌프차는 완전히 불에 타 현장에서 인근 공업사로 견인됐다.
동료 소방대원들은 "차량이 고가이지만 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A 소방장이 다치지 않았다는 게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했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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