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쇼크] 고용상황 최악인데…추경에만 신경쓰는 정부
3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청년 일자리 대책 위한 추경안 조속 추진 강조
내달 명확한 영향 분석없이 내년 최저임금 결정 절차 시작 등 난제 산적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올들어 실업급여 수급자가 역대 최대로 늘어나고,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18만개 줄어드는 등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는 명확한 원인분석을 내놓기보다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만 올인하는 형국이다.
경제전문가들이 고용상황 악화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건설경기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 가운데 올해 고용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 고용상황 최악인데…정부 "中관광객 감소·자영업자 과당경쟁 탓"
15일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용지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8만1천개 감소했고,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받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1분기 전체 취업자 수는 1년전보다 18만3천명 증가했지만, 이는 2010년 1분기 12만4천명 증가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그나마 늘어난 취업자 수는 공공일자리에 집중됐다. 정부는 지난해 세금을 23조9천억원 쏟아부었지만, 8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올해 들어 3월 실업률은 4.5%로 3월 기준으로는 2001년 5.1%에 이어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2월과 3월 취업자 수는 2개월 연속 10만명 대 증가하는 데 그쳤고 3월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3월 기준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상황이 최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는데도 정부는 그 원인에 대해 신통한 분석을 내놓기보다는 추경 예산에만 올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3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청년 일자리 대책 실현을 위한 추경안의 조속한 추진을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년고용 부진과 구조조정 위험 등에 대응해 청년 일자리 대책과 추경을 차질 없이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러면서 3월 취업자 수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11만2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기저효과 감안시 증가 폭은 2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재부는 올들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지목되는 숙박·음식업 취업자수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 누적으로 10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감소폭은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도소매업 고용은 과당경쟁에 따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3월 고용동향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어느정도 어떤 산업으로 가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서비스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감소 모습이 나타나기는 하는데, 전체지표를 보면 반대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13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실업률 상승 등 고용상황이 미흡하다면서 경기회복세가 일자리·민생개선을 통해 체감될 수 있도록 2018년 경제정책방향과 청년일자리대책, 2단계 지역대책 등 정책노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 앞으로 난제 산적…"올해 일자리 목표 절반도 달성 어려울듯"
문제는 앞으로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최저임금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다음 달이면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은 지난달 30일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요청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임위는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지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을 확정해야 한다. 따라서 올해 법정 심의 기한은 6월 28일까지다.
최저임금위원 27명 가운데 상당수가 임기가 만료돼 새로 위촉돼야 해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심의는 다음달 시작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노사 간 격론이 벌어지면서 기한을 보름가량 넘긴 7월 15일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오른 7천530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건설경기는 갈수록 악화할 조짐을 보인다.
경제전망기관들은 부동산 경기 둔화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들면서 올해 건설 투자가 갈수록 위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건설업 취업자 수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건설 투자 증가율이 -0.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현대경제연구원도 1%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0.4%, 금융연구원은 -0.9%로 전망했다. 지난해 7.4%에 달했던 건설 투자 증가율이 0%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31만7천 개 중 건설업 일자리가 3분의 1이 넘는 11만 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고용상황 악화는 최저임금 영향과 건설경기 부진, 이에 따른 경기악화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추세면 올해 정부취업자 증가 폭 목표치인 32만 명은 달성이 불가능하고, 20만 명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발표한 '2018년 경제전망' 자료에서 올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1월 전망(30만명)보다 4만명 깎였다. 작년엔 32만 명이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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