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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소녀 성폭행·살해로 발칵 뒤집힌 카슈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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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소녀 성폭행·살해로 발칵 뒤집힌 카슈미르
며칠간 고문·강간…체포된 범인 8명에 경찰도 포함
힌두-이슬람 종교 갈등 재점화 우려…지역 정치권도 분열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인도의 분쟁지 잠무-카슈미르 주(카슈미르 인도령)가 8세 소녀 성폭행·살해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사건이 워낙 엽기적이라 지역 사회가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범행에 경찰까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권 인도국민당(BJP) 고위 관계자가 피의자들을 비호하고 나서면서 시위가 발생하는 등 종교, 민족, 정치권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2일 영국 BBC방송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해자는 여덟 살짜리 어린이 아시파 바노다.
그는 무슬림 유목민인 가족과 함께 잠무시(市) 동쪽의 한 마을에 살고 있었다.
바노는 지난 1월 10일 말을 데리러 숲으로 들어갔다. 한참 뒤 말들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바노는 보이지 않았다.
부모는 곧바로 바노를 찾아 밤늦도록 숲을 뒤졌지만 실패했다.
부모는 이틀 뒤 지역 경찰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바노는 소년과 눈이 맞아서 도망갔을 것"이라는 시큰둥한 답만 돌아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분노한 무슬림 유목민은 고속도로를 막는 등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 결국 경찰 두 명이 다시 수사에 나섰고 바노는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숲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바노의 어머니 나시마는 "아이는 고문을 당했다"며 "다리는 부러져 있었고 손톱은 검게 변했으며 팔 등에는 멍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주 총리인 메흐부바 무프티는 특별팀을 꾸려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수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BBC가 확인한 경찰 기록에 따르면 바노는 진정제를 맞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며칠 동안 여러 명에게 성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나중에는 목이 졸려 살해됐고 범인들은 돌로 바노의 머리를 내려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8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은퇴한 주 정부 공무원을 비롯해 경찰관 4명이 포함돼 충격을 던졌다. 특히 이 경찰관 중 한 명은 바노 실종 수사를 맡았던 두 명 중 하나였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피의자들의 변호사가 기소하려는 경찰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려 했고, BJP 소속 주 장관 두 명은 피의자들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여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뿌리 깊은 힌두-무슬림 간 지역 갈등이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건 조사관들은 피의자들은 무슬림 유목민이 잠무 지역을 떠나게 하려고 '테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잠무-카슈미르주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교도가 주 인구의 과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인도와 파키스탄 간 영유권 분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1989년부터 카슈미르 독립이나 파키스탄으로 편입을 주장하는 분리주의 반군 단체가 무장 투쟁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7만여 명이나 사망했다.
극단주의 힌두교도들에게 잠무-카슈미르주의 무슬림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특히 무슬림 유목민은 공공지나 숲 등에 가축을 풀어 놓기 때문에 인근 힌두교 주민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노 가족 지지 운동과 시위 등을 이끌고 있는 후사인은 "이 사건은 결국 땅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의자들의 변호사 중 한 명인 안쿠르 샤르마는 "무슬림 유목민은 우리의 숲과 물을 침범하고 있다"며 "진정한 범인 대신 엉뚱한 이들이 잘못 연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은 현지 정치권에도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지역정당 잠무-카슈미르 국민민주당(PDP)이 BJP와 연합해 주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간 PDP는 분리주의자 등과 대화하며 폭력 사태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BJP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어 손발이 잘 맞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DP 소속의 수석 장관인 알타프 부크하리는 힌두스탄타임스와 인터뷰에서 "BJP가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연정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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