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진, 기억 형성 과정의 단서 찾았다
해마 속 세포 신호 측정…'이라이프'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 첫사랑에 관한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졸업한 초등학교를 지날 때면 어린 시절 친구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사람은 기억 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서울대 의대의 김수연 박사·호원경 교수 연구팀은 이런 기억 형성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신경과학적으로 '기억'은 학습을 통해 생긴 뇌 안의 물리적, 화학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런 변화의 흔적은 신경세포 속에 남는데, 학계에서는 이 흔적을 '엔그램'(engram)이라고 부른다.
엔그램이 표지된 세포는 뇌 해마(학습·기억 담당 부위) 속 '과립세포'(granule cell)에서 발견된다. 과립세포는 해마의 치아이랑(dentate gyrus) 영역을 구성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과립세포로 강한 입력 신호가 들어오면, 이 세포의 수상돌기에서 신호가 증폭돼 전기적 흥분을 발생함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과립세포의 수상돌기는 입력 신호를 받아 전달할 뿐 증폭하는 능력이 없다고 알려졌는데, 이런 통념을 뒤집는 결과인 것이다.
이어 연구진은 과립세포의 수상돌기에서 발생한 전기적 흥분이 경험을 오래 저장하게 하는 데 필요한 '장기 강화작용'(Long-Term Potentiation·LTP)을 유도하는 것도 규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세포 수상돌기에 가느다란 유리 전극을 꽂아, 전기 신호를 직접 읽는 고난도의 실험 기법을 써 얻어 냈다.
논문의 교신저자이자 제1저자인 김수연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과립세포의 학습 및 저장 능력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해마에서 일어나는 정보 처리 과정에 대한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의 지원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달 26일 온라인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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