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비밀리 미국 방문…볼턴 NSC보좌관 만날듯(종합)
남북·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정의용-볼턴' 핫라인 구축 시도
청-백악관 안보사령탑 간 신뢰 구축·소통 강화·긴밀 공조 다질 듯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송수경 이승우 특파원 박경준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1일(현지시간) 비밀리에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 취임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만나 양국 안보 사령탑 간 '핫라인'을 구축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회담 준비 작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인근의 덜레스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직후인 지난달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들고 와 북미 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지 한 달여 만이다.
당시 정 실장은 방미 당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제안을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즉석에서 수용하면서 '5월 안에'라는 시한까지 제시한 바 있다.
정 실장의 방미 기간과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인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고 5월 말 또는 6월 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 만큼 최대한 조기에 청와대와 백악관의 긴밀한 안보 소통 채널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까지는 '정의용-볼턴' 라인 구축을 완료해 두 정상회담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청와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의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 시절의 '정의용-맥매스터' 핫라인을 볼턴 체제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화를 우선시하는 우리 측과 달리 볼턴 보좌관은 과거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던 '슈퍼 매파'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두 안보사령탑 간 신뢰 구축과 긴밀한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맞춰 한미 외교 당국도 조윤제 주미대사와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 간 핫라인 체계를 갖췄으며, 오는 16일 첫 회동을 시작으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볼턴 보좌관은 내정자 신분 당시는 외국 관료들과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그동안 미 NSC 측과 접촉해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의 공식 취임한 지난 9일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문제를 담당하는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취임 첫날인 9일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북미 간 접촉 사실을 확인하고,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다음 달 또는 6월 초에 그들(북한)과 만나는 것을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일각의 북미 정상회담 연기론을 일축했다.
한편 정 실장은 이날 청와대 공식일정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오후에 주재한 제5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전체회의에 불참했고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청와대는 정 실장의 미국 방문 여부를 확인하려는 언론에 함구하는 등 각별히 보안에 신경을 썼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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