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슈밋 수녀, MLB 시카고 컵스 홈개막전 시구
'3월의 광란'서 로욜라-시카고대 돌풍 이끈 '정신적 지주'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3월의 광란'이라고 불리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에서 돌풍을 일으킨 로욜라-시카고대의 '정신적인 지주' 진 돌로리스 슈밋(99) 수녀가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 홈 개막전 시구의 영광을 안았다.
'시스터 진'으로 불리는 슈밋 수녀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홈 개막전에서 시구자로 나서 휠체어에 앉아 아래에서 위로 공을 던졌다.
마운드가 아닌 내야 잔디 위에서 시구했지만, 공은 홈 플레이트에 미치지 못하고 바운드가 됐다. 슈밋 수녀는 수줍게 웃었다. 영상 6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다.
슈밋 수녀가 가톨릭 학교인 로욜라-시카고대 농구팀과 인연을 맺은 건 1994년이다. 그때부터 그는 농구팀 담당 수녀로 학교 기숙사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팀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기도의 효과는 강력했다. 남부지구 16개 팀 가운데 11번 시드를 받은 '약체' 로욜라-시카고대는 이번 '3월의 광란'에서 강호들을 잇달아 꺾고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달려가 포옹하는 슈밋 수녀는 이러한 돌풍의 중심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전국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슈밋 수녀는 로욜라-시카고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그는 선수들 기량, 감독 전술보다 더 중요한 건 화합이라는 걸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슈밋 수녀는 이날 시구 전에는 조 매든 컵스 감독을 만나 인사했고, 그 자리에서 '시스터 진' 이름이 박힌 컵스 유니폼을 선물 받았다.
컵스 구단은 "슈밋 수녀는 시카고를 하나로 묶어준 소중한 존재"라며 시구자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슈밋 수녀는 시카고 시민들과 컵스 구단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며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컵스 구단은 슈밋 수녀의 가호를 받지 못하고 피츠버그에 5-8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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