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합의 파기 위협으로 이란 리알화 가치 연간 50% 폭락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는 최근 자국 리알화 가치가 외환 시장에서 급락하면서 물가가 폭등하고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공식환율과 실제 시장 거래환율을 10일(현지시간)부터 단일화한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가 단일화한 환율은 달러당 4만2천 리알이다. 이는 9일 이란중앙은행의 공식 환율보다 3만7천830리알보다 11% 높지만, 같은 날 최고 시장환율보다는 30% 정도나 낮다.
외환 시장에 불안이 키지면서 9일 하루에만 달러화 대비 환율이 8∼9% 올라 달러당 6만 리알까지 치솟았다. 테헤란 시내 환전소 상당수가 거래를 중단했고, 문을 연 환전소 앞에는 달러화를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란 리알화는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 이후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해지면서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리알화 환율은 50% 이상 폭등했다.
이란에선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적금의 이자가 20% 안팎이고, 테헤란 증시가 지난 1년간 25% 상승했다. 달러를 사두는 게 훨씬 수익률이 높았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이란 시민들은 은행에 돈을 저축하지 않고 틈만 나면 달러를 사 '장롱'에 보관하는 게 일반적인 재테크다.
정부는 은행의 돈이 실물 경제로 유입되도록 하려고 은행 이자율을 일시적으로 낮췄지만 리알화 가치가 떨어지자 이를 포기했다.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은 9일 밤 환율 단일화 방침을 긴급히 발표하면서 "달러당 4만2천 리알 이상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밀수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단일 환율과 다른 환율이 시장에서 형성되면 사법 당국이 개입하겠다"면서 "수출이 잘 되는 데도 경제와 관계없고 정당하지 못하는 예측 불가의 요소가 리알화 가치를 붕괴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환율이 얼마나 오래 실제 환전소에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유로와 파운드 대비 단일 환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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