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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최악 앙숙 이란-이스라엘, 시리아서 '아슬아슬'
이란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군 4명 사망" 지목
이스라엘, 자국 안보위협 이유로 시리아 내 이란군 겨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상대방의 몰락만을 바라는 중동 최악의 앙숙 이란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정면충돌 직전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9일(현지시간) 새벽 기습적으로 이뤄진 시리아 중부 T-4 공군기지 공습에서 이란군 4명이 죽었다.
이들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 소속 장교로 알려졌다.
공습의 주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시리아는 이스라엘을 지목한 뒤 혁명수비대와 연관된 이란 파르스통신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폭격이었다고 보도했다.
파르스통신 보도가 맞다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군이 사망한 것은 2015년 1월 이후 3년여 만이다. 당시 시리아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아 혁명수비대 장성 1명이 숨졌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앙숙 관계지만 직접 군사 충돌한 적은 없다.
올해 2월 이스라엘이 이란제 무인기가 자신의 영공으로 날아왔다는 이유로 "시리아 중부의 이란군 주둔지를 공습했다"고 밝혔을 때 이란은 시리아에 군기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에 이란이 자국군을 죽인 장본인을 이스라엘로 지목한 만큼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양상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측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분위기와 명분은 충분히 무르익었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반이스라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발포로 팔레스타인인 3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이란은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에게 친서를 보내 굳건한 지지를 약속했다.
마침 아랍 이슬람권의 지도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터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유혈 사태에 주춤하는 사이 비(非)아랍계인 이란이 '탄압받는 팔레스타인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여기에 미국이 다음달 주이스라엘 자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예민한 예루살렘으로 옮기게 되면 사우디를 대신해 팔레스타인과 이슬람권을 대표하려는 이란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발맞춰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고 있다.
이란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2천㎞로 스스로 제한해 미국 본토가 표적이 될 가능성이 없음에도 미국 정부가 제재를 동원해 이를 중단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이스라엘이 사정권 안에 들어서다.
이스라엘의 초강경파는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이란 미사일 기지를 폭격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한 대로 이란 핵합의가 파기되면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이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시리아 동구타 반군 지역에서 7일 화학무기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대상 공격이 벌어졌고, 미국이 이란을 배후로 엮는 것도 이스라엘로선 그럴듯한 명분이 된다.
2005년 강경 보수 정치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고 연설했고, 이스라엘은 2007년 시리아의 핵시설을 실제로 공습,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았다.
양국이 주고받는 비난과 비방은 거의 저주 수준으로 이미 전쟁 중이다.
그런데도 아직 두 나라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작다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기운다.
국제사회는 물론 시리아에 영향이 큰 러시아가 이런 최악의 상황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이 '간접 교전'을 촉발할 수는 있다.
이란은 전위대격인 헤즈볼라를 내세워 시리아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과 게릴라전을 벌일 수 있다. 이스라엘도 시리아 내 이란군, 시리아 정부군을 겨냥해 공습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두 정부 모두 자국 영토 안까지 무력 충돌이 번지는 상황은 꺼리는 터라 날카로워진 대치의 대가는 '전장'이 될 시리아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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