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유증 뚜렷…영국 대중교통 증오범죄 5년새 배로
종교 관련 공격 4배로 급증…브렉시트 전후 차이 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 인기가수로 동성애자인 윌 영(39)은 올해 초 버스 기사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며 런던시장에게 가해자를 추적해 달라고 호소해 주목을 받았다.
영은 자신의 차를 운전하다가 반대편에서 오던 버스의 기사와 말다툼을 벌였고 상대가 동성애자를 경멸적으로 부르는 "푸프터"(poofter)라고 부르며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성 소수자로서 조롱을 당하거나 위협을 받는 일이 낯설지 않은 영은 약 22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10분 안에 신고하라는 조언도 남겼다.
영국에서는 성적 취향이나 인종,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해 봉변을 겪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9일 보도했다.
특히 이런 증오범죄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큰일이 일어난 뒤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디펜던트가 정보공개법을 이용해 영국교통경찰(BTP)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버스와 기차, 지하철 등의 이용과 관련한 증오범죄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배로 늘었다.
종교와 관련된 공격이 특히 많이 늘어 2013년 64건에서 지난해 294건으로 4배 이상으로 기록됐다.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등 성 소수자에 대한 공격은 139건에서 416건으로 3배로, 인종 관련 공격은 1천453건에서 2천566건으로 각각 늘었다.
이런 수치는 지난해 영국 내무부가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체의 증오범죄가 단지 1년 새 거의 33% 늘었다는 것과 추세가 일치한다.
두 조사 모두에서 2013년 런던에서 지하디스트 2명에게 살해된 군악대원 리 릭비 상병 사건,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지난해 맨체스터 공연장 및 런던브리지 테러와 같은 주요 사건이 발생한 뒤 증오범죄는 크게 늘었다.
영국교통경찰 측은 그러나 신고된 증오범죄의 대부분이 신체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언어상의 폭력이었다고 밝혔다.
리버풀 호프 대학의 범죄학 교수인 이언 마호니는 "CCTV를 이용하는 것 같은 대중교통 감시 강화는 경찰관의 순찰 및 그에 다른 즉각적인 대응과 동일한 억제 효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마호니 교수는 이어 인종차별적 견해를 품고 있으면서도 공개적으로 표현하기를 꺼렸던 사람들은 브렉시트 투표 후 더욱 대담해졌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브렉시트 투표 때까지 12개월 동안 증오범죄는 모두 3천46건이 경찰에 신고됐으나, 투표 후 1년 동안에는 그 수가 4천980건으로 크게 늘었다.
한편에서는 증오범죄 신고 급증이 최근 잇단 테러 공격과 대중들 사이의 높은 경각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며 영국교통경찰이 시민들에게 신고를 독려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교통경찰 수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지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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