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키우는 의결자문사…ISS, 골드만삭스 보수까지 좌지우지
주주영향력 강화 등에 업고 영역 확대…GE·디즈니에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한국 경제계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월가 주요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직원 보수안까지 간섭하며 입김을 강화하고 있다.
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ISS는 지난 6일 골드만삭스 임직원에 대한 과도한 주식 지급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회사의 주식 보상계획에 반대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 대변인은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의 주식 보상계획 비용과 3년간의 주식소진율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주식소진율(Burn rate)이란 회사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보상으로 지급하는 자사주 비중을 측정한 것으로, 투자자들의 지분 희석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ISS는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 등 임원진에 지급한 보수에 대해서도 주주들에게 '주의적 지원'(cautionary support)을 촉구했다. 블랭크페인 CEO는 작년 총 2천200만 달러(235억 원)를 받았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전력검토보고서에서 자사의 임직원 주식 보상 비율이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주총안건을 분석해 주주들에게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는 의결자문사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인 직원 보수계획까지 개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ISS를 필두로 한 의결권 자문사들은 최근 주주들의 영향력 강화를 등에 업고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양대 의결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앤드코가 최근 경영난에 처한 제너럴일렉트릭(GE)에 100년 넘게 거래해온 회계감사법인인 KPMG의 해고를 권고한 것이 대표적 예다.
KPMG가 GE의 대규모 부실 발생 과정에서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권고 이유였다. 하지만 이사회가 추천한 외부 회계법인을 주주들이 거부한 사례가 거의 없는 터라 이들 의결자문사의 권고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주주들은 의결자문사들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권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달 월트 디즈니 주주들은 ISS의 권고를 받아들여 밥 아이거 CEO를 포함한 경영진 보수안을 이례적으로 거부했다.
디즈니는 아이거의 보수로 올해부터 4년간 최대 4천850만 달러를 지급하고, 별도로 1억 달러의 스톡옵션을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ISS는 스톡옵션 부여는 과도하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결국 주주들은 ISS의 의견을 따랐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한국에서도 주주총회의 숨은 권력 역할을 하며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ISS는 지난달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김정태 회장의 3연임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고, 김 회장은 외국인 주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ISS는 올해 KT&G, KB금융 등의 주총에서도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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